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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직접 구로구 조례 만듭니다”

‘청년거버넌스 활성화’ 위해 애쓰는 김현수 구로청년의회 의장

등록 : 2021-08-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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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자치구 중 첫 청년의회 출범

청년 실태조사 등 5개 정책 구정 반영

올해는 구의회 도움, 조례 6~7개 제정

“정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

김현수 구로청년의회 의장이 20일 구로구 구로동 구로청년사무국 사무실에서 주먹을 쥐어보이며 웃고 있다.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니 정책이나 사업을 제안할 때는 법적 근거와 예산이 필요하더라고요.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알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죠. 구로구 청년들이 이를 조례 제정 과정 등을 통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현수(28) 구로청년의회 의장을 20일 구로구 구로동 구로청년사무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구로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장은 “구로청년의회는 구로청년정책네트워크의 청년거버넌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구로구에서 청년의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구로청년정책네트워크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중 구로구 지역 청년이 참여하는 시민참여기구다.

구로청년의회는 지난해 청년의원 60명이 상임위원회 8곳에서 활동을 펼쳤다. 김 의장은 “지난해에는 총 34개의 정책 제안 중에서 청년 금융 교육, 구로 청년 실태조사, 청년 코디네이터 채용, 청년 정책 아카데미 등과 관련된 5개 정책이 구로구정에 반영됐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이라 조례 제정은 하지 못하고 정책 제안에만 머물렀는데, 올해는 구로구 의회의 도움을 받아 조례안 6~7개 정도를 제정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구로청년의회는 올해 청년의원 40명이 일자리창업, 보건복지, 문화예술, 교육안전환경 등 4곳의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6월부터 플랫폼 노동자, 청년 예술인 지원, 미디어 리터러시 의무화, 청년 정신건강 관련시설 건립, 청년 멘토링, 감정노동자 처우개선 등과 관련된 조례나 조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로청년의회는 28일 조례안 발표 온라인 행사를 한 뒤 구로구의회 의장에게 조례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구로청년의회는 6월부터 7월까지 매주 1회 상임위별로 조례안 제정 과정을 다루는 청년정책 아카데미를 들으면서 멘토와 함께 조례안을 준비해 왔다. 그런 뒤 전 국회의원이나 교수 등 전문가와 조례안을 두고 토론배틀 형식의 수정 과정을 거쳐 완성안을 만들었다.

김 의장은 “구로청년의회가 만든 조례안은 구로구 의회 전문위원의 검토를 거친 뒤 구의회 의장이 발의하고 본회의에 상정되면 표결을 거쳐 제정된다”며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서울시청년의회 경험과 국회 입법과정 체험을 살려 구로청년의회에서도 조례 제정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구로청년의회는 정책 제안은 있었지만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조례 제정 활동은 부족했죠.”

김 의장은 2017년 서울시청년의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의장은 “당시 국회의원에게 대정부 질문을 하는 것처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청년의원들이 질문하고 서울시 국장들이 답변하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 의장은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회사무처 소관의 사단법인 청년단체인 청년과미래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대학생 국회 프로그램을 진행해 입법 활동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멘토 국회의원과 함께 국정감사나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법 제정 과정을 모두 체험했다.

실제 법안 10개를 발의해 ‘청년기본법’과 ‘성폭력방지법 개정안’ 등 2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의장은 “실제 법안 발의 과정 중 국회의원들에게 도장(직인)도 받으러 다녀보고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구로청년의회는 구로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정치 혐오시대에 정치 효능감을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또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 청년의 정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김 의장은 “이제 2기라서 운영이나 규정 등이 많이 미흡하다”며 “앞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살펴서 정책이나 조례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뒤로 우리나라의 청년 관련 정책은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청년 시절에는 많이 배우는 것과 함께 경험하는 것이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안이라도 경험하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 의장은 “구로구청에는 청년지원팀이 2017년 5월에 생겨 구로구 청년정책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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