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도서관 102곳 갖추고 마을공동체 지원…풀뿌리 생활자치 기틀 마련”

주민성장 도와 ‘사람 향한 도시’ 만들어온 이동진 도봉구청장

등록 : 2021-09-02 16:57 수정 : 2021-09-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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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이미지서 활력있는 도시로

주민들, 변화에 대한 기대감 가져

10년 새 자원봉사자 수 두 배 늘고

구민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 축적

주민성장 돕는 열린 도서관 늘려와

대표-거점-작은 도서관 체계 갖춰

신규 건립, 기존 공간 확충 추진 등

접근성 높이기 위한 노력 계속해와


마을공동체·주민자치 정책 확대해가

창동신경제중심지 사업 순탄히 진행

“12년 구청장직, 인생에 소중한 기회

퇴임 뒤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 할 것”

8월24일 도봉구 쌍문동 쌍문채움도서관을 찾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도서관의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2019년 12월 문을 연 쌍문채움도서관은 현대식 건물에 들어선 예술 특화 도서관으로 1층엔 북카페 갤러리도 갖췄다. 사진은 3층 종합자료실의 특별 서가 ‘아트플러스’에서 사서의 설명이 담긴 태블릿피시(PC)를 살펴보는 모습.

“잘 안내해 도서관 찾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겠네요.”

8월24일 오후 도봉구 쌍문동 쌍문채움도서관을 찾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이희수 관장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2019년 12월 문을 연 쌍문채움도서관은 지상 3층, 연면적 687㎡(200평가량)로 아담한 규모다. 현대식 건물에 예술 특화 도서관으로 3층 종합자료실의 특별 서가 ‘아트플러스’는 전문예술 서적 1200여 권으로 채워졌다. 특별 서가의 중앙 칸에 있는 3대의 태블릿피시(PC)를 이용하면 사서가 제공하는 설명을 볼 수 있다. 7월부터 공간 개선 공사를 거쳐 1층 북카페 갤러리도 운영한다. 도서관을 찾는 주민 누구나 예술 전시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도서관을 둘러본 뒤 이 구청장은 1층 북카페에서 <서울&>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민선 5기부터 3연임으로 11년째 도봉구정을 펼쳐오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역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이 이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다”고 했다.

서울 동북쪽 끝자락인 도봉구는 베드타운의 이미지를 벗고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자치 활동이 이어지고, 창동 신경제 중심지 사업도 착착 진행되는 등 활력이 있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

주민의 지역 활동도 크게 늘었다. 자원봉사 참여자 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도봉구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수는 2010년 1월 3만5천 명에서 2019년 12월 말 7만7천 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구청장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참여를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며 “구민들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주민의 성장을 돕는 데 힘을 쏟아왔다. 풀뿌리 생활자치가 주민의 삶 속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구청장은 ‘사람을 향한 도시 더-큰 도봉’을 민선 7기 구정 비전으로 잡았다. 그는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게 지방정부의 역할이다”라고 했다. 주민을 지방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일,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일,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주체적 참여민주주의를 이뤄가는 일 등이 지방자치의 요체라는 것이다.

도서관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도 이런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도봉구는 도서관을 기본 기능과 더불어 평생교육과 지역 문화 거점, 커뮤니티 공간 기능도 할 수 있게 ‘열린 도서관’으로 조성했다. 도서관 서비스가 고르게 제공될 수 있게 틀도 갖춰왔다. 이 구청장은 “도서관은 좋은 사람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란 이웃을 배려하고 협력하며, 사회 전체에 보탬이 되려고 하는 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민주시민과 같은 뜻으로 읽힌다.

현재 도봉구엔 102곳의 도서관(학교 도서관 포함)이 있다. 이 가운데 약 40곳(구립·사립도서관, 기타 등)이 이 구청장의 임기 중에 만들어졌다. 구립도서관은 네 권역(창동·방학·쌍문·도봉권)마다 세워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여기에 거점도서관 간 통합을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마련했다. 작은도서관을 많이 만들어 어디에서든 걸어 10분 거리에서 도서관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도서관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게 대표도서관(도봉문화정보도서관)을 뒀다.

한옥도서관, 서울도서관 분관 등의 신규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기존 도서관의 공간 확충도 추진한다. 학마을도서관 영상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 확충, 도봉문화정보도서관 별관 증축 등이다.

10월엔 민주주의와 인권 특화 김근태기념도서관이 문을 연다. 기록관과 도서관 그리고 박물관, 전시관이 어우러진 공공형 라키비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의미 있게 운영될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쌍문채움도서관은 예술 특화에 교육과 보육의 기능도 더하고 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1층 공동육아 나눔터 에서 아이들과 책을 보고 있다.

도봉구는 도서관 접근성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프로그램 운영과 동아리 활동도 지원해왔다. 코로나19로 제한적인 비대면 서비스가 이뤄지는 가운데, 비대면 독서동아리 모임이 호응을 얻기도 한다. 지난해엔 온라인 책 축제를 열어 체험·강연·공연 등 도서관과 주민이 쌍방향으로 참여했다.

주민의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에도 도봉구는 앞장서왔다. 2010년 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마을 만들기 전담팀을 신설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어왔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간이 조성되고 주민 스스로 지역의 일꾼, 리더가 되어 마을을 바꾸기 시작했다. 주민참여예산도 앞서 시행했다. 도봉에서 불기 시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은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지방자치의 선도사례로 꼽힌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지난 6월 도봉구청 선인봉홀에서 열린 ‘50+원탁회 의’에서 지혜연 협치도봉구회의 의장과 협치 의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서울의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정책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정책 등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보궐 선거운동 과정에서 관련 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은 지방자치 활동의 근간으로 기초지자체 단위의 정책”이라며 “지금까지 자치구가 주도적으로 지원해왔듯, 앞으로도 이어가고 확대되어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창동 신경제 중심지 사업은 순항 중이다. 이 사업은 동북4구(강북·노원·도봉·성북구) 협의회가 지역 발전을 위한 요구를 공동으로 하고,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지원한 보기 드문 사례다. 동북권 세대융합 복합시설 ‘아우르네’는 지난해 개관했다. 창업·문화사업 단지인 ‘씨드 큐브’,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서울사진미술관 등은 공사를 하고 있다. 사업의 화룡점정인 서울아레나(전문 공연장)는 내년에 착공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서울아레나 착공이 행정절차 등으로 늦춰져 아쉽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어 다행이다”라며 “남은 임기 동안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뒷받침하려 한다”고 했다.

내년 6월이면 그의 구청장직 임기가 끝난다. 12년의 구청장직에 대해 이 구청장은 ‘인생의 소중한 기회였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지역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힘들었지만 보람도 컸단다. 창동역 노점상과 주민의 갈등은 1년여 걸려 양쪽이 수용할 수 있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개발 등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이 구청장은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고,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며, 주민의 지역사회 내 활동과 그 과정을 통한 민주시민으로의 성장, 이로 인한 지역의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임 뒤 진로를 묻는 말에 그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웃으며 답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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