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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배달 위한 ‘서울형 배달라이더 상해보험’

등록 : 2021-09-09 15:34 수정 : 2021-09-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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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음식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배달음식 주문액은 1조3100억원으로 오프라인 음식점 매출액 1조290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최근에는 생필품, 식자재까지 즉시 배송하는 ‘퀵 커머스’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배달 매출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빠른 배송은 분명 장점이 많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급증하는 배달 수요와 치열한 속도 경쟁에 몰려 안전을 뒤로한 채 질주하는 배달 라이더들이 있다. 그리고 이 질주는 배달 라이더 교통사고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가해 사고 건수는 2만1258건으로 2년 전 1만7611건 대비 20%가량 늘었다. 서울 지역에서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65명 중 24명(37%)이 배달 종사자였다.

배달 라이더들은 사고가 나면 당장 일을 할 수 없어 수입이 끊기고 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비로 치료비와 보상금을 부담하는 이중·삼중고를 겪게 된다. 그나마 지난 7월부터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됐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먼저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하나의 사업장에 소속돼 임금을 받아야 하는 ‘전속성’을 충족해야 하는데 라이더는 업무 특성상 여러 업체의 콜을 받아 처리하기 때문에 요건 충족이 어렵다. 또 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일반노동자와 달리 업주와 라이더가 보험료를 반반씩 내야 하고 이마저도 업주가 거부하면 가입조차 할 수 없다. 물론 라이더 개인적으로 민간상해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달용 오토바이는 사고율과 손해율이 높아 가입 자체가 까다롭고 가입이 된다 해도 일반 오토바이의 10배가 넘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는 오는 10월부터 서울 내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상해보험 가입 지원과 함께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운행 교육도 할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편의를 위해 일하지만 안전과 건강을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라이더’를 위해 상해보험 가입 지원을 약속했으며, 지난 7월 추경으로 확보한 재원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은 16살 이상 이륜차 면허증을 소지한 배달노동자가 서울 지역 내에서 배달하다가 사망, 상해, 후유장해 발생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개인이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보험계약자인 서울시가 보험료를 민간보험사에 납부하고, 사고 발생시 보험사에서 배달노동자에게 보험금을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령, 지역, 성별을 따로 정한 것이 아니라 서울 지역 내에서 배달하는 배달 라이더 누구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전례 없는 상품이다. 상해보험 지원과 함께 도로교통법 이론교육과 이륜차 운행 방법, 사고시 대처법 등 사고예방을 위해 라이더 안전운행 교육도 10월부터 진행한다.

하지만 상해보험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를 활보하고 신호 위반을 자행하며 도로 위 다른 차량은 물론 보행자마저 위협한다면 이 지원의 의미는 퇴색되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자신은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난폭운전은 멈추고 배달노동자들이 먼저 안전한 배달문화 조성에 나서야 하겠다.

또한 라이더들이 시간에 쫓겨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배달시간 제한, 피크시간 배달료 차등, 일명 ‘건 바이 건’ 계산 등 배달 플랫폼사의 운영방식과 관행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과도한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무리한 배달 재촉을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유연하게 결합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배달 산업 내에서 라이더, 배달 플랫폼사, 소비자의 상생이 가능하다.

얼마 전 선릉역에서 생계를 위해 배달을 시작한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있었다. 우리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이 더는 속도 경쟁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배달 라이더-플랫폼사-소비자 각자의 노력과 다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제 빠른 배달이 아닌 바른 배달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모두 지킬 때다.


한영희ㅣ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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