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기념관·캠핑장·체험관 조성…북한산 자락, 역사문화관광벨트로 특화

북한산 중심의 역사문화 유산 활용해 새 미래 만들어온 박겸수 강북구청장

등록 : 2021-09-10 14:30 수정 : 2021-09-16 17:35

크게 작게

지역 미래 먹거리로 10년 걸쳐 추진

우이·수유동 일대 약 18만㎡ 부지를

도심 체류형 명소로 탈바꿈시켜와

구민들 관심과 참여가 추진 동력 돼

근현대사기념관, 스탬프 걷기코스,

가족캠핑장, 산악문화체험장 갖춰

암벽장, 도시농업체험장도 개장 앞둬


운영은 전문성 갖춘 기관에 위탁해

주민들과 재능있는 아이들 키워 보람

신청사 건립 가시화 못한 것 아쉬워

“남은 임기, 소임 완수에만 집중할 것”

3선의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10여년 동안 뚝심 있게 추진해온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우이·수유동 일대 약 18만㎡ 터가 도심지 체류형관광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는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이 즐기고 편히 쉬고 또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9월1일 우이동 산악문화허브에서 박 구청장이 볼더링 체험을 하는 모습. 볼더링은 아무런 장비 없이 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의 한 종목이다.

강북구 북한산 자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월 가족캠핑장이 들어섰고, 휴양 콘도미니엄이 8월에 개관했다. ‘북한산 산악문화 허브’ 체험관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국제 규모의 인공 암벽장 공사는 11월 개장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우이·수유동 일대 약 18만㎡ 부지를 도심지 체류형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3번의 구청장 임기 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온 사업이다. 9월1일 오후 산악문화허브에서 <서울&>과 만난 박 구청장은 “하드웨어 조성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며 “지역에 머무르며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 구상은 그가 북한산을 찾으면서 나왔다. 박 구청장은 30대 후반부터 북한산을 찾았다. 구청장직을 맡은 뒤엔 매일 새벽 약 1시간 동안 오르내린다. 요일마다 코스를 달리한다. 지역 주민들을 고르게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북한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강북구청장의 제1 자격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산을 다니면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지역에 흩어진 역사문화 자원들을 눈여겨봤다. 3·1운동이 발원한 봉황각, 건국 초석을 다진 순국선열 16위 묘역, 민주화 성지인 국립4·19민주묘지, 고려 말, 조선 초의 청자 가마터, 서울에서 유일하게 조선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우이구곡 등에 눈길이 갔다. 박 구청장은 “북한산과 지역 역사문화 자원을 선과 면으로 이어 하나의 꼴로 만들어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10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과연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강북구는 녹지가 60%이고 나머지는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심의 과정에서 사업들이 수년간 늦춰지기도 일쑤였다. ‘강북에 (자원으로 쓸 수 있는) 문화유산이 뭐가 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라고 박 구청장은 말했다. 2016년 근현대사기념관이 만들어지고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두 차례 연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민들과 구청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참여도도 높아졌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북한산과 히말라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 체험장 ‘산악문화 허브‘ 입구에 섰다.

첫 성과인 근현대사기념관은 순국선열 묘역, 4·19민주묘지 위쪽에 자리했다. 근현대 역사유적, 자료, 유물들을 볼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이다. 개관 뒤 연간 1만~2만 명이 찾는다. 기념관 주변에는 걷기코스 ‘너랑나랑우리랑(랑랑랑) 힐링투어’를 2017년 조성했다. 우이동 만남의 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4.2㎞ 둘레길이다. 방문객은 구간마다 비치된 도장을 찍어 주변 제휴업소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건강관리 존에서 혈당, 혈압 검사를 받아 운동 전후 몸 상태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구에 따르면 방문 인원이 한 해 7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지역에 머무르면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차근차근 만들었다. 우이동 가족캠핑장이 지난봄 1단계 문을 열었다. 가족 단위 체험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이령길과 토속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우이동 숲속 문화마을이 근처에 있다. 전통식 구들을 갖춘 목제 주택을 펜션처럼 이용할 수 있다. 캠핑장 한편에 청자 가마터 체험장도 들어선다. 앞으로 주차장 등 부가시설이 갖춰지고 숲 체험 모형시설을 활용한 놀이와 물놀이 공간이 더해질 예정이다.

박 구청장이 엄홍길 전시관에 있는 엄 대장의 히말라야 도전기를 담은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산 산악문화 허브(HUB)’는 히말라야(H), 산악인 엄홍길(U), 북한산(B)을 주제로 체험이 더해진 시설이다. 3면에 펼쳐진 히말라야 장관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히말라야 등반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해볼 수도 있다. 이날 마침 부모와 함께 삼양동에서 온 한 초등생은 머리에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 등반체험을 한 뒤 “살짝 무섭기도 하지만 재밌다”고 이용 소감을 말했다. 박 구청장은 “체험에 중점을 둔 곳이기에 방문객들이 즐기며 산악인의 도전정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한다”고 했다. 현재는 시범운영 중이고 10월쯤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인수봉 등산 코스 주변에 국제 규모의 인공암벽장이 자리 잡았다. 휴양콘도 등 숙소도 있어 국제 대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박 구청장은 “세계 수도 가운데 명산이 있고 암벽등반을 훈련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 될 것”이라며 “북한산 방문객 5명 중 1명이 외국인인데 인공암벽장이 들어서면 이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쯤엔 걷기코스 ‘랑랑랑’ 중간 소나무쉼터 주변에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사업 추진과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박 구청장은 터를 마련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강북엔 구유지, 시유지가 한 평도 없어 부지를 확보해가면서 추진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우이동 유원지 사업은 2012년 공사가 중단되고 사업자가 바뀌면서 방치돼오다가 강북구와 서울시의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재개됐다. 구는 우이동 유원지 사업을 담당하는 업체와 상생 협약서를 통해 유원지 내 전시체험관을 기부채납 받기로 했고, 산악문화 허브 공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운영이 잘될 수 있게 하는 게 남은 과제다. 구는 시설 운영은 전문성 있는 기관에 맡겼다. 근현대사기념관은 민족문제연구소, 산악문화허브는 엄홍길휴먼재단, 인공암벽장은 서울시산악연맹이 맡아 운영한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비대면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우이동 먹자골목에 2차선 도로를 내고 세계 각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고, 셔틀열차 운행도 구상 중이다. 박 구청장은 “다양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이 즐기고 편히 쉬고 또 찾을 수 있게 앞으로 소프트웨어 부분인 운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려 한다”고 했다.

그가 뚝심 있게 이어온 사업이 또 하나 있다. 꿈나무장학재단 사업이다. 박 구청장은 첫 취임 뒤 ‘잘하는 걸 돈이 없어 못 하는 좌절감’을 아이들이 겪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재단 사업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재능 있는 아이들을 선발해 대학 졸업 때까지 꾸준히 지원한다. 연 300만원, 대학 졸업 때까지 받으면 3천여만원으로 적잖은 지원이다. 그동안 30여 명이 후원을 받아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는 “주민들과 뜻을 모아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50년 다 돼가는 구청사를 새로 짓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남은 임기 동안 신청사 건립 사업의 기틀이라도 만들어놓고 싶어 한다. 퇴임 뒤 진로를 묻자 그는 “마지막까지 임기를 잘 마무리해야 하고 그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선 7기 취임 초 인터뷰 때도 그는 “향후 진로는 아예 생각 않고 구정에만 집중하겠다”고 똑같이 대답했다. 박 구청장은 “추분이 가 춘분이 오고, 다시 그 춘분 뒤 하지가 지나면 조용히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