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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르네상스 시즌2, 멋진 수변 경관 만들기

등록 : 2021-09-16 15:29 수정 : 2021-09-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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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 공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란츠후트의 이자르 강변도시. 서울시 제공

사람의 생명은 물에서 잉태된다. 기후 변화도 물에서 시작된다. 물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 물이 균형을 이루면 모든 생명체는 평화롭게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이 순간을 인간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수변과의 공생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최고의 아름다움은 수변과의 어울림이 만들어낸다. 서울과 같이 삶의 터전과 수변이 바로 이어진 아름다운 자연조건이 주어진 곳은 흔치 않다. 정작 한국인에게는 수변과 이렇게 완벽한 조건을 이룬 것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변 최고의 아름다움이 방치돼 있는가 하면 마구잡이 훼손으로 주어진 아름다움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게 하고 있다. 주어진 ‘수변 경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심미적 가치를 고려할 대상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이 만드는 인공적인 ‘경관’만이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수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이 닿는 곳은 자연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보호하고 모든 시민이 공유하기 위해 공원이나 다양한 쉼터 같은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 뒤에 건물을 세워야 한다. 도로는 건물 뒤에 설치해 새로운 가로 경관을 만들고, 음식점이나 상가는 도로와 광장에 면하도록 만들어야 수변의 아름다움은 보호되고 만들어진다. 맹목적 보호만을 강조하면 수변 속으로 건축이 녹아들 수도 없고 건축 속으로 수변을 불러들일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수변과 도시건축이 분리돼 따로따로 경관을 만들다보니 수변과는 무관한 도시만을 양산하게 된다.

수변을 아름답고 가장 돋보이도록 가꾸고 개발하는 것은 그 혜택을 누리는 이들의 또 다른 의무이다. 수변을 방치하면 아름다움도 유기되고 만다. 국립공원이 서울 시내에 있고 그곳에서 발원하는 실개천의 옥수(玉水)가 마을을 가로질러 지천을 이루며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그 물길의 길이가 336㎞나 된다. 그것도 먼 산에서부터 가까운 집 옆에까지 이어지는 수변의 식생과 물길의 형상은 동네마다 다르다. 심지어는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엿보는가에 따라 수변 경관이 다를 정도이다.

수변을 도시건축 공간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실개천에서부터 수변을 쉼터, 놀이터, 만남, 지역경제 활성화 등 생활공간의 중심으로 만들면 서울시민이 그 혜택을 눈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바로 경험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가 다시 실개천에서 출발해 지천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시즌2’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올해 말에 25개 구청이 각각의 수변을 어떻게 시민의 생활공간 중심으로 바꾸어 제공할지를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시범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구촌에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국가는 많다. 계절 변화가 있어도 한국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전혀 다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들어내는 나라는 아주 드물다. 이제 한국에서 계절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집을 떠나고 도시를 떠나야 한다. 계절의 변화에 묻혀 살아야 할 사람들이 봄나들이, 여름 피서, 가을 단풍, 겨울 눈 구경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을 떠나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과 마을 어귀의 실개천과 한강에서 변화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누리던 옛 선조들이 참으로 슬퍼할 일이다.

지금 서울시는 수변의 변화를 통해 계절과 함께 변하는 아름다운 도시 경관이 ‘시간의 향기’와 같이 서울시민의 가슴에 새겨지는 그날을 계획한다.


강병근ㅣ서울시 총괄건축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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