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 성북동의 매력 함께 즐겨요

성북동 외국인 명예동장이 띄우는 초대장

등록 : 2021-11-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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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옥의 매력을 품은 한국가구박물관

안녕하세요. 저는 성북동에서 25년째 사는 한스알렉산더 크나이더입니다. 우리 동네 외국주민을 대표해 성북동 명예동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저의 자랑스러운 제2의 고향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성북동은 자랑하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하루의 여유를 가지고 방문한 제 지인에게 안내하듯 ‘성북동에서 멋진 하루 보내기’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성북동은 교통이 매우 편리합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바로 이어지며 서울 도심은 물론 구석구석으로 이어진 버스도 매우 많습니다. 인천, 김포공항에서도 한 번만 환승하면 되고 서울역에서는 한 번에 올 수 있습니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나와 걷다 보면 ‘선잠단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왕비가 매년 누에치기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곳입니다. 과거 성북동 일대는 뽕밭이 많아 양잠업과 함께 비단 염색업이 번성했습니다. 울긋불긋 비단이 성북로를 따라 널려 있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선잠단지 곁에 성북선잠박물관이 있어 그 역사를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성북동 도로명이 ‘선잠로’인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성북선잠박물관을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유명한 간송미술관이 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 대한민국의 고미술을 지킨 간송 전형필 선생의 미술관으로 초·중·고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봄가을 일 년에 두 번씩 정기전시를 할 때면 관람객 대기 줄이 몇백m씩 이어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보수 공사로 휴관 중인데요, 어서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볼 수 있기 바랍니다.

한국의 고미술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간송미술관이 있다면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한옥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한국가구박물관이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버려지거나 허물어 없어질 귀한 한옥들을 기와 한 장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곳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정상, 슈퍼스타들의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한번 다녀가면 아름다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는 곳입니다. 보다 완벽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로 진행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은 곳입니다.

만해 한용운의 정신이 깃든 정법사

한국가구박물관을 나서면 정법사를 둘러보세요. 대원각이라는 음식점을 불도량으로 바꾼 길상사와는 달리 조선 시대 창건된 전통사찰로 여러 귀한 유물을 볼 수 있고 서울 근교로 소풍 나온 것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문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정신이 깃든 선학원을 대표하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과거 성북동 일대의 양잠업 역사를 볼 수 있는 성북선잠박물관

조용한 사찰에서 기분 전환을 했다면 옆에 우리옛돌박물관으로 가보세요. 옛 돌조각들을 통해 단순한 장식용이 아닌 한국인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대체 이 많은 돌 조각들을 어떻게 다 옮겼을까 하는 의문과 엄청난 규모에 경외심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기까지 봤다면 배가 출출해질 텐데요, 박물관 입구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한성대입구 지하철역으로 가거나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걸으며 눈에 띄는 식당이 있으면 아무 곳이나 이용하면 됩니다. 골목골목마다 독특한 매력의 식당이 가득합니다.

자, 이제 ‘지붕 없는 박물관’ 성북동의 매력을 즐길 준비가 됐나요. 그럼 지금부터 편한 운동화와 물을 챙기세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성북동으로 출발~!

한스알렉산더 크나이더ㅣ성북동 명예동장(한국외국어대 교수)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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