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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품격 높이고 행복한 주민 삶 만드는 ‘정원도시 양천’의 꿈

등록 : 2022-05-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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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는 목동 중심축에 위치한 5대 도심공원, 구 외곽을 둘러싼 산지형공원, 동남쪽에 있는 안양천에 다양한 문화시설과 둘레길을 만들어 ‘정원도시 양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말 재개장한 양천구 파리공원에서 시민들이 19일 파라솔이 있는 이동식 피크닉 테이블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10년간 746억원 들여 40개 사업…4월 파리공원 재개장

산지공원·도심공원·안양천 문화시설·둘레길 등 조성

“할 것도 많고 깨끗하고 넓어요. 친구와 놀거나 쉴 때 편하게 올 수 있어 좋아요.”

19일 오후 2시, 양천구 목5동 파리공원을 찾았다. 분수가 시원하게 치솟자 청소년 10여 명이 물방울을 맞으며 즐겁게 뛰어다녔다. 파리공원 근처에 있는 목운중에 다니는 이나현(14)양과 제현서(14)양은 이날 단축수업을 마치고 파리공원을 찾았다. 이양은 “최근 공원 모습이 바뀌고 나서 자주 온다”며 “오늘 마침 분수가 나와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보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승규(79)씨는 매일 새벽 5시에 파리공원에 와서 운동하고 지인들과 어울리며 커피도 한잔한다. 김씨는 “다른 공원보다 나무도 많고 공기도 맑아 좋다”며 “아이들이 분수에서 노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양천구는 93억원을 들여 파리공원을 새롭게 재조성해 지난 4월28일 개장했다. 파리공원은 1987년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공원으로 역사적 의미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양천구는 파리공원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둔 채, 공간 재배치와 새로운 시설물을 만들었다. 커뮤니티공간 ‘살롱드파리’와 기존 체육시설 외에 젊은층이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체육시설을 설치했다. 시커먼 흙이 바닥에 붙어 있고, 그냥 바라만 보던 공간에 머물렀던 연못을 걷어내고 바닥분수대와 음악분수를 만들었다. 유아놀이터와 잔디공간을 새로 만들고, 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산책로를 확장했다. 공원 곳곳에는 파라솔이 있는 이동식 피크닉 테이블을 설치해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살렸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은 “품격 있는 포장, 조명 등을 설치해 공원의 수준 향상을 꾀했다”며 “아직 개장 초기지만 시민 반응은 우호적”이라고 했다.


“재개장하자마자 온라인에서 난리가 났죠. 젊은 애들이 파리공원에 해먹이 생겼다며 사진을 찍어 올리고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양천구에서 오래 산 이영례(50)씨는 평소 파리공원에 자주 온다. 이날 지인과 함께 파리공원에 온 이씨는 “공원을 아예 다르게 만들었다면 추억이 없어지는 것 같아 낯설고 싫었을 텐데, 살릴 건 살리고 없앨 건 없애 너무 조화롭게 바뀌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양천구 목동 중심축에 위치한 5대 공원인 목마, 파리, 오목, 양천, 신트리공원이 준공된 지 35년이 지났다. 도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소득 수준, 주민 구성, 건축물과 상업시설 증가, 지역의 기능 변화 등 공원 주변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비체나라 축제가 열린 양천공원 책쉼터. 양천구 제공,

양천구는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11월부터 목동 중심축에 위치한 5대 공원 재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을 단순히 ‘시설’이 있는 곳을 벗어나 휴식과 힐링, 생태와 학습, 놀이와 참여공간이 있는 다양한 문화가 숨 쉬는 공원으로 바꾼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양천구는 먼저 2020년 10월 말 구청과 인접한 양천공원을 새롭게 바꿨다. 이미 있던 체육시설에 더해 베이비존, 통합놀이터, 책쉼터, 실개천, 순환산책로 등 새로운 시설이 생겼다. 이번에 재조성해 개장한 파리공원은 두 번째다.

나머지 3개 공원은 설계 중이거나 공사 발주를 한 상태다. 오목공원은 도시공공쉼터(어반 퍼블릭 라운지) 개념을 도입해 6월 말 착공한다. 공원 중앙에 사각 형태의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을 설치해 위쪽은 전망대 겸 공중산책로, 아래쪽은 커뮤니티 공간과 이어진 그늘막을 만든다. 회랑 안쪽은 다목적 잔디광장을 만들고 아이들 놀이터도 새로 만든다.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시대 변화에 맞는 ‘정원 도시’ 만들어 주민 삶 바꿔갈 것”

양천공원·파리공원 재조성 끝내고

안양천엔 특색 있는 6개 정원 조성

산지 공원 4곳, 책쉼터가 거점 구실

신월7동에 위치한 한울공원 물놀이터. 양천구 제공

신트리공원과 목마공원은 설계 중이다. 목마공원에는 인근 이대목동병원 환자와 가족을 고려한 산책길, 시니어놀이터, 치유텃밭을 만든다. 또한 책쉼터와 다양한 정원 공간을 만들어 이용 계층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신트리공원에는 잔디광장과 물놀이장을 새로 만든다.

양천구는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도 준비한다. 구는 각 공원 특성에 맞는 생태탐험, 숲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계획이다. 구는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이 직접 참여 하는 자원봉사를 활성화해 공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공원의 친구들’을 만든다.

시민들이 공원 이용을 넘어 스스로 공원의 가치를 높이려 자원봉사단체 ‘정원친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시민정원사 양천가드너 ‘정원친구’, 생태봉사자 ‘에코친구’, 공원관리와 문화시설 운영봉사자 ‘공원친구’, 도시농업 자원봉사자 ‘텃밭친구’ 등 분야별 자원봉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공원 이용을 넘어 스스로 공원의 가치를 높이는 참여 문화를 활성화해갈 계획이다.

양천구는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와 주택이 많은 전형적인 주거밀집 지역이다. 양천구는 답답한 도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도심 속 공원과 구 외곽을 둘러싼 산지형 공원, 서남쪽 안양천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만들어 ‘정원도시 양천’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구는 이들 전체를 연결하는 순환둘레길을 통해 ‘정원도시 양천’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는 2018년 11월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재조성 계획’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안양천 명소화 기본계획’, 3월 ‘산지형 공원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746억원을 들여 40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도시 위상을 높이고 행복한 주민 삶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다.

양천구는 안양천에 주제별 6개 공간을 구성해 그린인프라, 여가 공간, 커뮤니티거점 역할을 하는 안양천 ‘정원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양천구 내 오금교부터 양화교 사이 5.4㎞(35만㎡) 구간에 다양한 ‘정원’을 만든다. 구간별로 보면, 나무정원(구로구 경계~오금교), 체육정원(오금교~신정교), 가족정원(신정교~오목교), 생태정원(오목교~목동교), 활력정원(목동교~양평교), 건강정원(양평교~양화교)으로 나뉜다. 안양천을 바라볼 수 있는 모래사장(샌드비치)도 새로 만들고, 목동교 아래에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는 ‘MZ스포츠플라자’도 만든다. 초화원, 장미원, 잔디마당 등 특색을 살린 공간 명소화도 추진한다. 각 정원 구성에 맞춰 힐링과 놀이, 감성을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계남근린공원을 감싸는 신정산 둘레길. 양천구 제공,

양천구는 구 외곽을 감싸고 있는 산지형공원 4곳에는 거점 역할을 하는 책쉼터를 비롯해 특색 있는 공간과 다양한 둘레길을 만든다. 용왕산공원(용왕산)에는 들꽃향기원과 봄꽃정원,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 갈산공원(갈산)에는 오색가족마당, 계남공원(신정산)에는 청소년 모험숲 등을 만들고 구의 랜드마크공원 구실을 할 온수공원(지양산·매봉산)에는 힐링수목원과 놀이터, 순환둘레길 등 생동감 넘치는 문화체험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용왕산 작은 책쉼터 앞 놀이터. 양천구 제공

온 과장은 국내 공원 재조성 성공 사례로 1990년 남산에 있던 외인아파트 등 주변 경관을 해치는 시설물을 철거하고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남산 제모습 찾기’와 2009년 낡은 놀이공원이었던 드림랜드가 ‘북서울꿈의숲’으로 변신한 것을 들었다. 온 과장은 “남산과 드림랜드의 변신은 시대 변화에 맞는 공원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담아냈다”며 “‘정원도시 양천’도 도시가 변한 만큼 시대에 맞는 공원을 만들어 주민 삶을 바꾸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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