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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아끼고 지속성·확장성 갖췄어요”

성동여행 지도플랫폼 직접 만든 김현수 성동구 정보통신과 주무관

등록 : 2022-06-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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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성동구청에서 김현수 정보통신과 주무관이 <서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성동여행 지도플랫폼’을 모니터로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오픈소스 활용, 지도 기반 시스템 개발

구내 300곳 여행정보 PC 등으로 제공

10년간 행안부·서울시 등 20개 상 받아

“구정 업무 전반으로 확장 기대해요”

‘성동여행 지도플랫폼’이 5월10일부터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성동구 30개 지역의 300여 곳 여행 정보를 피시(PC)와 모바일로 제공한다. 성동구 정보통신과의 김현수(48) 주무관이 기획·개발·디자인에 행정 업무까지 도맡아 진행해 만들었다. 5월30일 성동구청에서 <서울&>과 만난 김 주무관은 “모든 과정을 직접 하니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성동여행 지도플랫폼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데이터는 엑셀 시트로 손쉽게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김 주무관은 “예산을 쓰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며 “일반 기업체처럼 시간이나 돈에 쫓기지 않아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개발과 데이터 구축에서 그가 아낀 예산은 1억원 정도다.

김 주무관은 지리정보체계(GIS), 항공 측량 분야 개발자로 일하다가 2012년 전산직 공무원 특별채용으로 성동구청에 들어왔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어 이직을 결심하고 1년 정도 일자리를 찾던 중 구청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운이 좋아 기회가 닿았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무원이 된 뒤 10년 동안 그는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쳤다. 부서와 개인이 받은 상을 합치면 거의 20개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통계청, 서울시, 성동구 등의 주관기관에서 대통령·국무총리·장관·시장·구청장 등 다양한 종류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행정안전부 주최 ‘2021년 전자정부 발전 유공’ 표창으로 지방공무원으로는 유일하게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복지전달체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기획해 개발한 점과 빅데이터와 지도 기반 행정서비스 시스템을 구정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에 앞서 ‘왜’를 항상 먼저 묻는다. 결과물은 단순하면서도 목적에 맞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2013년의 ‘이(e)-나눔’ 복지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중복과 부정 수급 등 복지전달체계의 오래된 문제점을 푸는 데서 출발했다. 어린이 보행사고 사상자 열에 아홉이 어린이 보호구역 밖에서 생긴다는 점을 보면서, 2017년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한 어린이 안전지도 분석사업을 추진했다. 안전취약 요소를 진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일이었다.

성동여행 지도플랫폼 개발에서도 그는 ‘왜’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기존 지도나 여행안내서는 책자 위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고, 온라인 정보는 업데이트와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관광지, 전통시장 등 담당 부서도 나뉘어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는 “어떤 데이터가 들어와도 통합되고, 유지관리 될 수 있게 지속성과 확장성을 갖춘 플랫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020년 하반기 오픈소스를 활용해 지도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음해 엑셀 시트를 활용해 데이터 구축에 나섰다. 언젠가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해 방문객을 늘림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보자고 생각했다.

우선 데이터 구축을 위해 실무자 회의를 했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콘텐츠 취합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부서 6곳(소통담당관, 문화체육과, 지역경제과, 일자리정책과, 보건위생과, 기획예산과)이 힘을 모았다. 관련 부서로부터 설명 글과 사진을 받아 정리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사진은 직접 현장을 찾아 찍기도 했다.

현재 플랫폼에 올라온 사진 1천여 장 가운에 70% 정도는 그가 직접 찍은 것이다.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로드뷰를 연결하고, 드론 촬영과 영상 링크 등으로 정보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화면 디자인과 아이콘은 직접 만들어 썼다. 김 주무관은 “구축된 여행데이터가 플랫폼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볼 수 있게 되니, 다른 부서의 자료를 받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이게 왜 필요한지 알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성동여행 지도플랫폼은 정책을 알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여행정보이기는 하지만 구의 정책이 표출된 곳이 적잖아 구민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을 찍으러 성동구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우리 구에 이런 게 있었네’라며 감탄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사업, 성수동 프로젝트, 어르신 일자리 사업 등 구의 주요 사업이 관광 자원과 이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주무관은 늘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걸어왔다. 때론 넘어지기도 했지만, 시야가 넓어지고 실패 과정에서 경험이 쌓였다고 한다. 그는 여행을 넘어 복지, 교육 등 구정 업무 전체로 확장한 ‘성동형 지도 기반 플랫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만들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앞서가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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