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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 가능해요”

대통령 표창 받은 노원구립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의 이승훈 센터장

등록 : 2022-06-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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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립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가 마을을 연계해 공간을 운영하고 활동하며 청소년 성장을 도운 공로로 지난 5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0일 오후 공터 1층에 전시된 대통령 기관표창 수치가 달린 깃발을 이승훈 센터장이 펼쳐 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010년부터 센터장으로 ‘연결의 역할’

해마다 80개 청소년 동아리 만들고

어린이날 동네 축제 1천 명 함께 모여

모델 확산 위해서 사례집도 2권 펴내

경춘선 숲길 인근 노원구 공릉동에는 하루 600여 명이 다녀가는 ‘마을 공용 우물터’가 있다. 도서관과 청소년시설이 함께 있는 ‘노원구립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가 섞여 이용하며, 별칭으로 ‘공터’라 불린다. 맨 앞뒤 글자를 한 자씩 딴 것인데, 아이·어른 모두 스스로 활동하는 열린 공간의 의미도 담고 있다. 2010년 12월 공터가 문을 연 뒤 2012년엔 꿈마을공동체가 만들어져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공터가 지난 5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여성가족부 주관 청소년의 달 기념 ‘청소년 육성 및 보호 유공 포상’이다. 10년째 마을교육공동체를 일궈온 공터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해의 의미도 살리고, 코로나19로 문 닫고 열기를 반복하며 다소 떨어진 활동 동력을 끌어내는 계기가 있었으면 했어요.” 지난 10일 공터에서 만난 이승훈(48) 센터장이 공모 방식의 이 상에 지원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잘 버텨낸 마을교육공동체의 아이, 어른 모두를 기쁘고 뿌듯하게 해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이 센터장은 공터가 문을 열 때부터 운영을 맡아왔다.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성공회대 청소년문화공간 ‘깨다’ 간사로 일했고, 부산에서 복지관, 학교, 행정기관, 마을 등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일구는 일을 했다. 공터의 위탁 운영을 맡은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의 제의를 받고 대도시 인구밀집 지역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가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서울로 다시 왔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마을’이나 ‘공동체’라는 단어는 낯설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인구 8만 명에 이르는 공릉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과 청소년들이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일궈온 것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경험은 최고의 학습이고, 최고의 경험은 마을과 일상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초기 활동은 정말 작고 미미했지만, 지금은 마을의 공기가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지난 어린이날 동네 공원에서 열린 축제 ‘와글와글’에도 1천여 명이 함께했다. 축제 예산은 주민과 꿈마을공동체가 마련한 후원금에서 나왔다. 공터의 청소년 동아리는 공연도 하고 체험 프로그램, 전시, 캠페인 부스 등을 운영했다. 벼룩시장 판매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환경 지킴이 봉사자로도 활동했다.

이 센터장은 “공터를 기지로 삼아 청소년, 주민이 주체적으로 활동해 가능했다”고 했다. 공터에선 해마다 50~80개의 청소년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운영위원회, 협동조합 등의 자치조직들을 운영한다. 그는 “모든 사업에서 청소년이 주체이자 교육의 협업 파트너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도록 해왔다”고 했다. 공터 사업에는 독서교육, 사회참여, 문화예술·과학 체험, 여가생활 지원, 진로 교육 등이 있다.

청소년이 직접 자신들이나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법을 궁리하며 실천하는 사회참여 활동 ‘시작된 변화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노원구 전체에 퍼져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50~70개 팀이 함께했다. 그 가운데 한 팀은 자존감 낮은 청소년이 늘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친구들에게 설문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자존감 향상 다이어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프로젝트 진행에 우발적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중단하는 걸 허용한다”는 이 센터장은 이에 대해 “작은 걸음을 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참여자는 활동을 말과 글로 정리하는데, 코로나19 시기엔 유튜브 영상으로 진행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청소년들이 도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확장한 것”이라며 “경험을 쌓으며 작은 성취와 기쁨을 느끼게 공터는 거드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청소년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지원하는 주민모임도 자발적으로 꾸려졌다. 공터는 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주민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게 멍석을 깔았다. 주민들은 ‘든든한 이웃’ ‘도서관일촌’ 등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오며 청소년들에게 ‘둘레 이웃’이 되어주고 있다. 든든한 이웃은 지난 어린이날 축제 때 모은 기부금 전액을 내년 축제에 쓸 수 있게 내놓았다. 도서관일촌은 청소년, 어린이와 함께 독서토론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북스타트, 어린이 독서 문화체험 등의 활동을 펼친다.

이 센터장은 마을을 연계한 청소년 공간과 활동 모델이 더 많은 곳으로 퍼지길 기대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2016년(<우리가 사는 마을>)과 2021년(<청소년활동 어떻게 할까?>) 두 권의 책을 출간해 다른 지역 활동가들에게 사례를 공유했다.

연간 전국 100여 곳에서 공터를 견학하러 온다. 학교와 청소년시설, 도서관, 청소년단체와 주민자치 조직 등에서 발길이 이어진다. 그는 “복합 시설을 융합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터는 청소년팀, 도서관팀, 지원팀 세 팀으로 구성해 서로 조율하고 조정하면서 운영한다.

이 센터장은 동네에서 청소년의 자기 돌봄이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게 어린이·청소년 마을식당이 들어서길 바란다. “공터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식당에서 밥 먹고 학원도 가는 등 학교와 가정의 틈새가 채워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10년 뒤 온 마을이 학습공원이 되어 있는 공릉동의 모습을 그린다. “공릉동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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