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베를린살이

독일 난민 문제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내야 한다”

등록 : 2016-09-22 23:36
독일 국경 앞 오스트리아 북부 브라우나우 난민캠프에서 아이와 부모가 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Wir schaffen das).”

2015년 8월31일, 메르켈 총리의 유명한 이 한마디와 함께 독일의 난민포용정책이 본격화된 지도 이제 일 년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날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 연설이 이 세 단어로만 구성되었던 것도, 또 특별히 이 세 단어가 강조되었던 것도 아니다.

“독일은 강한 나라입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 일은 정당하며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어왔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정도로 요약될 만한 연설 중에 유독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는 대목만 유명해졌다. 그 이유는 총리의 난민정책이 그만큼 격렬한 “아닙니다.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직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로부터 1년, 굵직한 신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란과는 별개로 난민 문제만을 위한 지면을 따로 마련해 다루고 있고, 시장과 거리에서 가무잡잡한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는 일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매체를 통해서 보았던 사람들과 어느새 “우리(Wir)”는 우리의 빈 의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웃이라 하기에는 아직도 낯설다. 날마다 들려오는 뉴스를 듣다 보면 두 문화나 종교가 어울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루하루 새삼 느끼게 된다.

며칠 전 에르베베(RBB,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 방송사에서는 조혼 문제를 다루었다. 독일 사람들의 눈으로는 중세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조혼 풍습이 시리아에는 아직도 존재하며, 실제로 12세에서 16세 사이의 많은 여자아이들이 10살 정도 연상의 남편과 심지어는 아이까지 데리고 독일로 들어왔다는 뉴스였다. 베를린에서는 접수된 100여 건의 조혼 사례 중 아이가 없을 경우 18세 이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고 남편을 보호자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르카나 니캅 문제는 이미 새롭지 않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는 이슬람 문화의 여성 복장 이야기다. 한 문화 속에 존재하는 가치나 정당성을 무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악수를 청하고 쉴 새 없이 눈빛을 교환하는 독일 문화 속에서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결국 법정이나 관공서, 대중교통, 학교 등에서 부르카와 니캅 착용이 불법화되었다.


옳고 그름도 아니요, 선과 악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다름에서 비롯되는 이런 충돌이 누구의 상식선에서 판가름되어야 할까? 같이 살고자 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문득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본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머리를 스친다. 우리 한국은 소원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은 할 수 “있다” “없다”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해야만 한다. 해내야만 한다. “비어 샤펜 다스(Wir schaffen das)!”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