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12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곳이다. ‘정치 신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쾌적하게, 안전하게, 투명하게’를 구정 운영 방침으로 정하고 청량리 중심의 새로운 미래도시 모델 ‘2050 프로젝트’ 추진에 역점을 둘 것을 약속했다. 9월2일 홍릉숲 반송 앞에서 <서울&> 인터뷰에 앞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홍릉숲 등 청량리 일대 지역 자원의 콘텐츠 활용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래도시 모델 ‘2050 프로젝트’ 추진
청량리 중심, 주거·상업·업무 시설 구비
녹지와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 마련
불법 노점 정비, 거리가게 관리 강화
지역 특성 맞춰 개발·재생 병행할 것
전농·용두동 등 재개발 최대한 지원
1인가구 주목, 실태 조사해 대책 강구
온마을이 배움터 되는 교육환경 조성
“‘동대문을 동대문구로’ 중장기 추진,
변화를 이끄는 일하는 구청장 될 것”
동대문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12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역이다. ‘정치 신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걸어온 길은 남다르다. 국가정보원 28년 근무에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여의도연구원 아젠다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다. 2013년 이후 트레킹 관련 책을 세 권 쓰고 컴퓨터 그래픽과 글쓰기, 사진작가 활동도 해왔다.
주위의 권유로 국민의힘의 험지인 동대문구청장으로 나섰다. 컷오프(경선 후보 탈락) 됐다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하루 만에 구제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초·중교 학창시절을 보낸 것 외엔 특별한 연고가 없는 곳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그는 거의 매일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 주민을 만났다. 하루 2만~3만 보를 걸으며 나눠준 명함이 10만 장에 이른다.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을 채우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이 구청장을 9월2일 홍릉숲에서 만났다.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는지?
“당선 뒤 딱 3일 동안만 홀가분하게 지냈다. 그 뒤 한 달 동안은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고, 생각을 정리해 취임사에 담았다. 8월 한 달 동안 14개 동 주민센터를 찾아 30~40여 명의 주민 대표와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업무 파악을 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주민의 생생한 말씀을 더 많이 들을 예정이다.”
미래도시 모델로 청량리 일대를 통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동시장, 청량리역으로 이어지는 동대문구의 중심축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 서울의 새로운 미래도시 모델 ‘2050 프로젝트’를 통해 청량리를 중심으로 주거, 상업, 업무 공간과 광장, 녹지 공간을 갖춰보고 싶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 콘텐츠도 채워나가려 한다. 드론 정류장도 만들고 구청사도 옮겨 오려 한다. 꽃길 조성 등 쾌적한 환경으로 살기 좋은 동대문을 만들 것이다.”
도시 재활성화 핵심 거점으로 청량리가 가진 강점을 꼽는다면.
“청량리역은 서울 동북권 교통의 중심지로 GTX B·C 노선을 비롯해 강북횡단선, 면목선의 신규 노선 설립과 청량리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이 계획돼 있다. 인근에 고려대를 비롯해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 대학이 많아 청년들이 모이고 문화를 누리며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국립산림수목원 홍릉숲, 선농단과 풍물시장, 서울약령시 등 관광명소도 많다.”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구정운영 방침을 ‘쾌적하게, 안전하게, 투명하게’로 잡았다. 관련해 우선하여 추진할 정책이나 사업은?
“청량리와 제기동 전통시장 주변으로 불법 노점 등이 자리 잡아 구민들이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지역의 400여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법 노점이다. 불법노점 정비와 거리가게 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거리가게 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 시민 단체, 전문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조례도 만들 계획이다. 장기간 비어 있는 판매대는 규정에 따라 조속히 정비해나가고 생계형 노점에 대해서는 직원과 외부 자문단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취임 뒤 첫 결재로 빈 판매대 10곳 정리를 진행했다.”
청량리 주변의 낙후 지역은 어떻게 변해가나?
“청량리가 변하면 주변 전농동, 용두동도 함께 정비해나갈 수 있다. 현재 용두1-6구역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주민센터 부지 변경과 종교시설 이전 등을 놓고 지역 갈등이 있던 전농구역도 최근 합의점을 찾으며 개발을 앞당기게 됐다.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행정 절차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지역 특성에 맞춰 개발과 재생도 병행한다.”
전통시장을 팔도 민속장(가칭)으로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20개 전통시장 가운데 절반이 청량리와 제기동 주변에 몰려 있다. 전국 각지에서 찾을 정도로 명소이지만 낡고 거리가게들로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다. 현재 활발히 편의시설을 늘리고 시설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경동시장, 청량리시장 등은 마켓몰 형태로 발전시켜 이용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약령시장은 서울시와 협력해 중국의 ‘동인당’처럼 브랜드 있는 시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 관련해 동대문구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1인가구에 주목하고 실태조사를 해 대책을 강구하려 한다. 시립대와 청년, 중장년 1인가구 빅데이터 조사, 반지하 실태조사 등을 진행한다. 130년 전 미국 뉴욕 빈민가를 사진에 담아 반향을 일으킨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를 감명 깊게 읽었다. 당시 뉴욕 공공주택의 실상이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여론의 호응을 얻으면서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뤄 개선해냈다.”
동대문구의 교육 여건은 어떤가, 교육 관련 민원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특목고나 자사고 유치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꽤 있다. 제가 생각하는 동대문구의 백년지대계는 지역 청소년이 우리 구에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체험을 함으로써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서울대표도서관, 4차산업 체험공간 등으로 청소년들에게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동대문을 동대문구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동대문은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에 속해 있다. 동대문은 말 그대로 우리 구의 정체성이고 상징이기 때문에 구민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게 (이전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이전 추진에 대해 주민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종로구와 문화재청에 관리권을 공동으로 하는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동대문에 대해 의식하고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구로 올 거라고 본다.”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오랫동안 방치된 나대지를 조속히 개발하는 것이다. 전농동의 서울대표도서관 부지와 장안동의 물류터미널 부지, 구민회관 부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서울시와의 이견이나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이 어려웠다. 속도감 있게 사업이 진행됐을 때 얻게 되는 혜택을 알려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안동 구민회관과 물류센터는 ‘제1차 수변공간 집중개발지역’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임기 중에 청량리 주변 거리가게 정비를 위한 구체적 성과를 이뤄 구민에게 변화를 이끄는 일하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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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국가정보원(1985~2013),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2003), 여의도연구원 아젠다위원장(2017~2018),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자문위원(2022) △경복고,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정치학 석사 △경기도 여주 출생(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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