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아이보다 앞서서 조바심치지 마세요
우울함과 불안 앓는 대학생 딸 둔 엄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등록 : 2016-09-23 10:56
<필링 굿>이란 책은 인지행동치료의 대중적인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신경증이 급증하는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세상에 대한 왜곡된 생각 습관이 부정적이고 왜곡된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것이 그 치료법의 이론적 전제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늘 잘못하고 있다(언제나 그런 것이 아닌데도)’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자신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를 하는 사람은 불안과 좌절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잘못된 생각 습관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 이 분야의 치료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당신이 경험하는 불안과 우울과 분노가 당신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길 주저하게 됩니다.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불안한 건, 그리고 그들이 우울한 건 우리 어른들 탓, 기성 사회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이,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얼마나 몰아세우고 쥐어짜는지 모릅니다. 부모는 덩달아서 아이들을 채근합니다. 가만히 두는 것이 혹시 부모의 역할을 방기하고,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 될까 봐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사회의 속도가 인간이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속도에 자신을 맞추느라 젊은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챌 새도 없게 되었습니다. 잠재되어 있던 가능성은 꽃피지 못하고, 취약한 부분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우울과 불안은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감각 없이, 진정한 자신은 소외시킨 채 앞으로 한없이 내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공황 상태인 것이지요. 그러니 부모님만이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되세요. 아이보다 더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보다 더 슬퍼하지 마세요.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주세요.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조바심치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의 마음이 급해져 자꾸 흔들리고 미끄러지게 되니까요. 따님의 장점도 인정해 주세요. 한 개인의 강점은 보통 어려운 상황에서 발휘되지요. 사연을 읽어 보니, 따님은 상당히 성숙한 청년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부모에게 전가하려는 자식들이 많은데,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네요. 그 아이의 해결 방식을 믿어 주세요.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너무 그럴 필요 없어, 혹은 넌 이런 게 문제야라는 충고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님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권하고 싶네요. 다 자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손을 잡고, 그리고 안아 주는 겁니다. 스킨십은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요. 인간이 고통을 경험할 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고통도 행복도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보다 중요한 치료법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든든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너를 도울까?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도울게 하는 말과 태도입니다.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너를 믿어 줄게, 우리와 함께하자 하는 이야기도 좋습니다. 따님은 아마도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려 잠시 휘청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지은 님처럼 아이를 안쓰러워하고 돕고 싶어하신다면 결국 아이는 균형을 찾을 거예요. 인간의 내면에는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는 엄청난 힘도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로 사연을 보내 주세요. 박미라 심리상담가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