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는 “술 말고 만화”

쉼과 재미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 이색 만화카페 5선

등록 : 2016-09-23 13:44 수정 : 2016-09-23 13:45
클럽보다만화
만화방의 변신이 놀랍다. 오랫동안 불온함의 대명사였던 공간이, 도시의 ‘힙스터’(트렌드를 아는 사람)라면 ‘인증샷’ 한번 남겨야 할 놀이터가 됐다. 한 평 크기 방에 시간당 2500원 정도를 내고 드러누운 젊은이들은 ‘쉼’과 ‘재미’를 찾아왔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방문마다 쌓아올린 만화책은 성벽처럼 안전하고 든든해 보였다. 서울에서 만화카페가 뜨고 있는 곳은 홍대·합정, 강남·역삼, 건대 지역이다. 이곳의 이색 만화카페를 돌아봤다.

홍대·합정 지역

통유리창 확 트인 만화카페, 클럽보다 만화

젊음의 거리 홍대. 발 디딜 틈 하나 없을 듯한 이곳에 느긋함을 만끽할 수 있는 만화카페가 있다. ‘클럽보다 만화'다. “가성비 최고죠. 카페보다 저렴하고 누워 있을 수 있으니까 자주 와요. 분위기가 굉장히 모던해요.” 이상희(20)

씨는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을 때면 이곳을 찾는다고. 여느 만화방과 달리 지하가 아니라 2층에 있는 ‘클럽보다 만화’는 육각형 벌집 모양의 침대형 쇼파가 창가에 배치돼 있어 공간에 대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저녁 시간 창가에 누워 홍대를 내려다보면 좋아요. 추천합니다.” 박정은(41) 점장이 사용법을 전했다. 콘센트가 자리마다 있고, 와이파이도 지원돼 멀티로 시간 보내기 좋다.

주소: 마포구 잔다리로 23 2층(서교동, 예랑빌딩) 전화:(02)336-1288 운영 시간: 11:00~24:00 요금: 평일 1시간 2400원, 주말 1시간 3000원

 


혼족들의 완전체 놀이터, 즐거운 작당

금요일 밤 8시, 서교동의 ‘즐거운 작당’은 조용한 손님들로 꽉꽉 찼다. 정아무개(29) 씨는 혼자 왔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불금’보다 이 시간이 더 좋다고 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주말여행도 때로 귀찮고요. 여기 웅크리고 숨어 만화책 보는 게 휴가고 낙이죠.” 그가 최근 재밌게 본 작품은 마쓰다나오코의 <중쇄를 찍자!>다. 주인공과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기에 더 몰입했다고 한다. 서가는 섬세하게 선별한 책들로 가득하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만화책이 없는 대신, 달달한 요리와 향긋한 커피가 허기진 이들을 다독여 준다.

주소: 마포구 독막로7길 23 대동빌딩 지하1층 전화:(02)336-9086 운영 시간: 매일 11:00~23:00 연중무휴(명절 포함) 요금: 평일 1시간 2000원, 평일 온종일 1만 원, 주말 1시간 3000원. 주말 온종일 1만5000원

 

빌딩 숲 속 초록색 캠핑장, 코믹텐트

번화가로 가면 ‘코믹텐트’가 있다. 토요일 밤 9시, 자유로운 해먹과 텐트 속에서 남녀노소 모두 제각각 널브러져 책을 본다. 코믹텐트의 이진호(33) 대표는 만화가 좋아 만화카페를 차렸다. “여기서 오래 장사를 했는데, 이 지역은 늘 번잡하고 복잡하거든요. ‘도심 속 캠핑장’ 콘셉트로 쉼터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3만2000여 권의 만화책은 고가의 희귀본들과 함께 <메이플스토리> 등 아이들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 덕에 가족 단위 손님들도 종종 온다. 맛난 것 먹고 잠만 깊게 자다가 떠나는 단골도 있다.

주소: 마포구 와우산로21길 19-8 태경빌딩 지하1층 전화: (02)323-8755 운영 시간: 매일 11:00~23:00 요금: 평일 1시간 2400원, 평일 온종일 1만5000원, 주말 1시간 3000원

강남·역삼 지역

꿀잼코믹스
3만 권 컬렉션의 정성, 꿀잼코믹스

지난 한 해 강남 지역에서는 우후죽순처럼 만

화카페가 돋아났다. 그중 한 곳인 ‘꿀잼코믹스’를 찾은 김아무개(32) 씨는 영어강사다. 이자혜 작가의 웹툰 <미지의 세계>와 ‘일상툰’이라 하는 대부분의 만화를 좋아한다. “저는 <빨간머리 앤>을 보면서 컸거든요. 만화책을 숨어서 보던 세대였는데, 요즘 애들은 스마트폰으로

이거 ‘졸잼’이라며 보여 줘요. 부모님들도 크게 나무라지 않아요. 그런 변화가 재밌죠.” 꿀잼코믹스 대표 천충기(50) 씨도 이런 변화를 체험 중인지 모른다. 자칭 ‘이현세 세대’로, 증권사를 다니다 명예퇴직을 하고 아들과 소원한 때가 있었는데, 만화카페를 차리며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천 대표가 만화를 권하는 아버지가 되는 동안, ‘덕후’ 아들은 평생 모은 레고 컬렉션을 만화카페에 기증했다.

주소: 강남구 강남대로94길 20 전화: (02)554-0524 운영 시간: 매일 11:00~24:00 요금: 1시간 3000원, 6시간 1만5000원

건대 지역

집보다 편하게 만든 공간, 코믹스팩토리

코믹스팩토리
건대 앞 ‘코믹스팩토리’는 소녀 취향의 공간과 잘 가려진 토굴 같은 개별 방이 인기다. 토요일 오후 3시. 만화책을 고르고, 막 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주미선(27) 씨는 이런 만화카페가 처음이라며 수줍어했다. “취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거든요. 같이 밥 먹고 돌아다니다가, 그냥 카페 가서 앉아 있느니 함께 만화책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들어왔어요. 만화방에 편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예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어요.”

코믹스팩토리의 이연주(31)·신은영(31) 공동대표는 ‘내 집보다 편한’ 만화카페를 계획했다고 한다. 홈스타일링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 대표는 패브릭과 가구 하나를 고를 때도 이 점에 마음을 많이 썼다. 그 덕에 주로20대 커플과 젊은 여성들이 편하게 온다.

주소: 광진구 능동로 123 지하 1층 전화: (02)461-4614 운영 시간: 평일 10:00~24:00, 주말 10:00~5:30 요금: 1시간 2400원, 추가 10분당 400원

글 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