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거리, 삶의 재발견…서울은 축제 중

등록 : 2016-09-30 11:56 수정 : 2016-09-30 12:21
거리에서 만나는 고품격 문화 예술-서울거리예술축제 2016

2003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하이서울페스티벌’이 품격을 높여 ‘서울거리예술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시민들을 찾는다. 9월28일(수)부터 10월2일(일)까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벌어질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를 목표로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이 축제로 도시의 공간과 거리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시민 누구나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작품뿐 아니라 9개국의 아티스트들이 전통적인 극장을 벗어나 일상 공간인 거리를 예술 공간으로 꾸민다. 47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

서울거리예술축제 개막작. 프랑스 극단 카라보스의 설치형 퍼포먼스로, 청계천을 따라 다양한 철제 구조물과 와이어에 불꽃이 일렁이는 화(火) 1700여 개를 설치해 청계천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불과 물을 동시에 활용해 물에 일렁이는 불빛이 만들어내는 환영은 청계천을 환상의 공간으로 꾸민다. 9월30일(금)부터 10월2일(일)까지 3일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일상과 환상의 경계이자 사색과 치유의 공간으로 달라진 청계천을 만날 수 있다.

<길&Passage>


한국의 예술단체 ‘예술불꽃 화랑’과 프랑스의 거리공연 단체 ‘카르나비흐’가 함께 만들어내는 <길&Passage>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인증 작품이다. 이동형 거리극인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여정을 불꽃의 강렬한 이미지로 길(Passage) 위에 그려낸다. 청계천에서 시작해 세종대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거리가 무대다.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걸으며 인생길의 고비를 넘기듯 길을 따라 얽혀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끝장대로’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10월2일 저녁 8시30분에 열린다.

<눈먼 사람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거리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한 폴란드 극단 케이티오(KTO)의 거리예술 작품이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력을 잃는다. 전염병처럼 퍼지는 이 증상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눈이 멀고 세상은 혼란으로 뒤덮인다. 정부는 눈먼 이들을 병원에 가두고, 갇힌 사람들은 그 안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형성한다. 눈먼 자들 사이에도 계급이 생겨난다. 그 안에 단 한 명의 눈멀지 않은 자가 있다…결코 짧지 않은 문학적 텍스트를 거리에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30일부터 10월1일까지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시간의 변이>

호주의 신체극 공연단체 ‘스토커 시어터’와 한국의 버티컬 공연단체 ‘창작중심 단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드리프터즈 크루’가 함께 만든 작품.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2년여 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버티컬 퍼포먼스, 현대무용, 그리고 비보이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영상 미디어 ‘파사드’와 인터랙티브 디지털 프로젝션 기술을 결합해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역사 위에 선 ‘나’와 미래가 될 ‘우리’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프레임을 짜고, 기억이 달라지는 접점에서 피어나는 시적 환상으로 현대 도시의 신화를 그려낸다.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저녁 8시에 문화역 서울284에서 진행한다.

<소다드, 그리움>

일상 공간에서 만나는 놀라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동적 움직임, 도시의 수직적 구조를 넘어서는 해방감을 느끼게 할 서커스. 서울광장 잔디밭에 설치된 줄로 연결된 커다란 바퀴 두 개를 무대로 프랑스의 공연단체 ‘서크 루아주’가 무대를 꾸민다. 마치 지속해서 오가는 과거의 파도인 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두 줄 위에서 네 개의 몸은 균형을 이루며 공중그네, 줄타기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시적이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보여 준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바닷가에 선 추방당한 남자는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달콤한 옛 추억을 회상한다…’는 스토리가 끌어가는 <소다드, 그리움>은 10월2일까지 저녁 7시에 공연을 시작한다.

빛과 소리 색다른 소풍과 만나는 가을의 한강- 2016 한강 가을 빛·소리 축제

 

9월24일부터 시작한 한강축제가 10월27일까지 한강 전역에서 이어진다. 빛과 소리, 이색, 소풍 등 4개의 주제로 준비된 프로그램은 한강 전역을 공연과 소풍, 불꽃쇼 등 다채로운 행사로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즐거운 공간으로 변화시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시민들이 1년을 기다려온 <2016 서울 세계 불꽃 축제>는 10월8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부터 원효대교까지 불꽃마을을 가로지르는 ‘불꽃로드’에서는 낮에도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진행된다. 어스름해질 무렵 색다른 분위기를 내는 조명 연출도 놓치면 아까운 풍경이다.

올 불꽃 축제는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본 팀, 스페인 팀, 한국 팀 순서로 나라별로 특색 있는 불꽃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팀은 세심한 장인정신으로 손수 제작한 불꽃을, 춤을 추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하는 스페인 팀의 불꽃은 특유의 열기와 강렬함이 포인트다. 최초로 글자 불꽃을 선보이게 될 한국 팀은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 오감을 자극하는 사운드와 영상, 대형 불꽃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한강 야경과 다양한 먹거리, 아티스트 핸드메이드 살 거리, 전 세계 전통문화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밤도깨비야시장@여의도>는 10월29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열린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각 구청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