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이상 군사기지로 쓰이다가 1996년 민간의 품으로 돌아온 뉴욕 맨해튼 남쪽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20년 넘게 시민 참여형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여름이면 여행객으로 북적대는 미국 뉴욕의 명소가 있다. 맨해튼 남단에서 페리를 타고 5분쯤 가면 도착하는 섬 ‘거버너스 아일랜드’다.
전체가 70만㎡(172에이커)로, 용산공원의 5분의 1 크기다. 올해는 5월28일부터 9월25일까지 개방됐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용산기지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200여 년 동안 미국 군대와 해안경비대의 요새로 사용돼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다. 1996년 군인 이주가 완료되면서 공공의 품으로 돌아오는 발판이 마련됐고, 2002년 연방정부가 1달러라는 상징적 금액에 섬을 뉴욕 시민들에게 양도했다. 당시 연방정부와 뉴욕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섬을 사용할 것, 영구적인 주거와 산업시설은 배제할 것 등의 큰 지침에 합의했다.
그 뒤 섬이 공공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용산공원 조성의 숙제를 안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용산공원 설계를 맡고 있는 ‘West8’의 최혜영 조경가와 배정한 서울대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지난 4월 <한국조경학회지>에 거버너스 아일랜드 조성 과정을 꼼꼼하게 되짚는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섬의 미래를 그리는 과정에서 ‘공론’과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한 몫을 했다는 점이다. 1996년 섬을 넘겨받은 뉴욕시는 2006년까지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갖는다. 그사이 시민들은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전, 전시회, 토론회 등을 열어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한다. 그리고 뉴욕시는 2003년 단계적으로 시민들에게 섬을 개방하면서 비영리단체 등이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논문은 “사람들은 직접적인 인식과 활동 경험을 통해 이 공간을 이해하고 결속력을 다졌으며, 공원과 공공 공간 조성에 적극 참여해 이 장소의 미래상에 대한 효과적인 의견을 제공해주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시가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대한 마스터플랜(2008~2009년)을 만들고, 세부 디자인(2010~2011년)을 하고, 1단계 건설(2012~2013년)을 하는 동안 시민들도 공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커뮤니티를 발전시켰다. 마침내 2014년 1차로 30에이커가 개방됐으며, 2단계 사업인 4개의 인공언덕 조성 공사도 올해 마무리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뉴욕시는 섬의 남쪽 지역 등에 대한 다음 단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군 기지를 벗어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거버너스 아일랜드 조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은 늘 주인공 자리를 지켰다.
정재권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