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 한글 꽃이 핍니다

2016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 전시…손글씨 쓰기, 명함 만들기 등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열려

등록 : 2016-10-07 14:53
2015년 한글날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가 ‘소망의 나무‘에 엽서를 걸고 있다.
한글날이다. 서울 곳곳에서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한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2016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은 좀 더 특별하다. 한겨레신문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진행한 공모전에 접수된 4240건의 작품 가운데 가려 뽑은 34건의 수상작품과 400여 건 우수 출품작이 9일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2016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에서는 수상작과 출품작 전시뿐 아니라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엽서, 명함, 가훈 등을 캘리그래피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도 함께 열린다. 가족과 함께한다면 한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이상현 캘리그래피연구소 소속 작가들은 마음을 치유하는 한글 문구를 담은 엽서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질 좋은 한지로 만든 엽서를 가지고 작가가 현장에서 바로 만들기 때문에 집에서 보관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작가들은 손으로 직접 쓴 한글 명함과 A4 크기 한지에 한글로 시민들이 원하는 가훈도 직접 써 나눠줄 예정이다. 한글 디자인으로 요즘 유행하는 네일아트와 타투, 페이스 페인팅 체험 행사도 열려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손글씨를 써보면 한글 사랑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를 필사해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한국 대표 명시 한 편을 골라 필사를 마친 종이로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볼 수도 있다. 유명 연예인인 ‘다솜’, ‘미르’, ‘나르샤’와 같이 순우리말 별명을 지어볼 수도 있다. 순우리말 이름을 정하면, 이름을 담은 배지를 만들어준다.


행사 중간중간에 열리는 다채로운 공연도 일반 전시회와 다른 ‘2016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만의 특징이다. 퓨전국악밴드 ‘고래야’가 전통 민요를 비롯해 집시 음악, 아프리카 음악 등을 들려준다. 거리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뮤지컬 그룹 ‘퍼포먼스 오’와 ‘한강의 기적’의 공연도 볼 수 있다.

 

“한글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

공모전 역대 최다 작품 접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표현 능력에 감탄

“와!” “아니, 이런 발상을….” 지난달 23일 ‘2016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 심사가 진행된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공모전에 이렇게 많은 작품이 접수된 것도 드물지만, 작품 수준 또한 기대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사랑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한겨레신문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은 모두 4240건. 지난해 2400건 남짓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반인 작품 1050건, 중고생 1762건, 초등학생 1428건으로, 부문에 상관없이 고르게 늘었다. 심사위원으로는 황순선 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시각영상디자인 전공), 유영우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시각디자인학과), 이상현 캘리그래피 작가가 참여했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무엇보다 출품된 작품들의 질 향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3년째 공모전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황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전 전시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돋보이는 표현 기법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 명예교수는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우수하다”며, 특히 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표현 능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 부문을 통틀어 단연 눈길을 끈 작품은 중고등부 김진솔 학생의 ‘입체 엽서’다. 소재부터 표현 방식, 글귀까지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통 뚜껑과 알루미늄 깡통 뚜껑을 활용해 ‘종이에 적은 글’이라는 엽서의 통념을 깼다. 이 작품의 진가는 조명을 비췄을 때 더욱 발휘된다. 파란 바탕 위에 ‘더 뜨겁게 사랑해 한글’이라는 글귀와 하트 모양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미술학원도 다니지 않는 평범한 일반고 학생이라 대상 수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김 양은 색다른 발상의 배경에 대해 “평소 좋아하는 병뚜껑 글자 만들기를 한글 엽서에 접목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수상 수상자로는 연못에서 노니는 잉어로 ‘한글’을 표현한 오정연과 지하철 노선도 형식으로 표현한 한희영이 선정됐다.

중고등부 작품들이 창의성에서 돋보였다면, 일반부 작품들은 기술적 측면과 완성도에서 뛰어난 면을 보였다. 일반부 대상은 꽃, 새, 나비, 물고기 등을 소재로 한 캘리그래피 작품을 출품한 서성은 씨가 차지했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 올해 직장을 그만뒀던 서 씨에게는 이번 수상이 무엇보다 큰 격려가 됐다고 한다. 서 씨 또한 기업에 다닐 때부터 꾸준히 민화를 그리며 닦은 솜씨가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유려한 필치의 구선아와 독창적 아이디어를 선보인 김은지가 각각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일반부에서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많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초등부 대상은 여러 가지 그림을 소재로 해 “한글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입니다”라는 글귀로 한글 사랑을 표현한 양채영 학생에게 돌아갔다. 한글이란 글자에서 새싹과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그린 권아영과 큐빅으로 표현한 변종혁이 나란히 최우수상에 올랐다. 이상현 작가는 “테크닉 면보다 글의 내용과 그림의 의미에 좋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우수작들은 한글날인 9일 청계광장에 전시된다. 또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시청 옛 청사 서울도서관에서 연장 전시한다.

글·사진 예쁜엽서 공모전 운영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