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흐르는 바람과 안녕의 기운을 몸으로 만나보고 우리는 어떤 안녕을 기원하고 있는지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2 휘이잉> 안무와 연출을 맡은 송주원 안무가가 관객에게 전하는 말이다. 최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현장에서 멀지 않은 보광동과 한남동이 작품의 극중배경인 것은 순전히 우연이지만,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예술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이 될지 모른다.
송 안무가는 우사단로를 가로질러 장문로와 대사관로를 오가면서, 마을에 흐르는 바람(Wish)이 움직이는 바람(Wind)으로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바람이 들리는 작품을 상상하며 무대를 준비했다.
도시 속 다양한 공간과 그에 투영된 삶에 주목해온 송 안무가는 지난 10년간 도시 공간 무용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연작을 댄스필름(무용을 소재로 한 영화)과 장소에 초점을 맞춘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의 형태로 선보여왔다. 이번이 열다섯번째 작품인데, 도시 공간, 영상과 무대를 중첩한 블랙박스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말 온라인 플랫폼에서 선보인 동명의 댄스필름 <휘이잉>을 바탕으로 블랙박스 공연장인 대학로극장 쿼드에 알맞도록 새롭게 무대화했다. 지난 작업은 보광동과 한남동을 가로지르는 경계에 집중했으나, 이번에는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이번 작품은 도시 공간과 영상을, 영상과 무대를 거듭 겹쳐 무대화한다. 실제 장소들이 안무를 통해 무대 위로 옮겨오는 경험을 하며, 관객도 잠시나마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같은 공간에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댄스필름 방식이 안무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해 보여줬다면, 무대에서는 안무가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관객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블랙박스, 영상, 무대, 그 안의 장소, 사물, 사람 모든 것이 ‘바람’을 담는 형식이자 작품의 내용이 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 7월 개관한 공공극장인 대학로극장 쿼드의 첫 제작 공연으로도 의미가 깊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기존 극장 공연의 문법과 관습을 탈피하는 실험에 도전하기 위해 극장 공간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공연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등 실험적인 극장 탐색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토요일 저녁 공연 종료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돼 있다.
장소: 종로구 혜화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시간: 금 저녁 7시30, 토 오후 3시·저녁 7시30분, 일 오후 2시·저녁 6시
관람료: 4만원
문의: 1577-036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