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2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지하철 시에 공모한 350여 편의 시민 작품을 살펴보는 심사위원들. 공모작들은 공공장소에 걸맞게 감동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많았다.
서울시는 지하철 승강장 시 게시에 ‘시민 시인’들도 출품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공모전을 열고 있다. 현재 게시 중인 지하철 시의 35%가 시민 공모로 뽑힌 작품들이다. 지난 7월 진행된 시민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만 955편. 이 중 일차 심사를 통과한 350편의 작품이 본 심사에 올랐다. 8월 말 열린 본 심사에는 공광규 시인을 비롯해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 고려대 오형엽 교수, <한겨레> 최재봉 기자 등 문학 전문가들이 참여해 우수작 132편을 선정했다.
시민 응모작의 대부분은 서정시이지만 올해는 여느 해보다 동시와 시조의 분발이 돋보였다. 심사를 맡은 <문화일보> 장재선 문화부장은 “인식의 깊이보다 표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조들이 눈에 띄었다”고 평했다. 내용에서는 공공장소에 걸맞게 감동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많았다. 시인이기도 한 대산문화재단 곽 상무는 “서울과 지하철이라는 도시적 감수성을 살린 작품보다는 유년에 대한 기억이나 풍경, 어머니를 소재로 하여 공감할 만한 시가 많았다”며 응모작들의 경향을 전했다.
‘2016 시민 작품’으로 선정된 장은수 시인의 ‘3월 녹차 밭’은 심사위원 8명 전원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영광스럽다”며 자세를 낮춘 장 시인은 등단 13년 차의 중견 문인. 세 권의 시집을 내고 광진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실력자이지만 이번 공모전에는 서울시민 자격으로 응모했다.
차가운 여명 빛을 끌고 온 콩새 한 마리
잔설 쌓인 녹차 밭에 발바닥 지문 찍고
부리에 청백색 띠를 감았다 슬몃 푼다
“눈이 채 덜 녹은 녹차 밭에 콩새 한 마리가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우리 국민이 떠오르더라. 우리 사회가 많이 메말라 있는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조를 쓰고 싶었다”며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장 시인은 지난해에도 ‘벼루’라는 작품이 뽑혀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5호선 신정역에 게시되었다. 2년 연속 시민 공모에 뽑힌 장 시인은 소감을 묻는 말에 “하하하, 좋죠. 시인이란 사람은 한 명이라도 독자가 있으면 뿌듯하지요”라며 웃었다.
글·사진 윤지혜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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