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 노는 아이들. 주거공동체 생활은 부모들에게는 독박 육아를 벗어나는 한 줄기 빛이었고 아이들에게도 밝은 미소를 선사했다. 이웃집주거협동조합 제공
“사실 같은 동네에 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됐는데, 같은 집에 살게 되면서 서로에게 큰 기둥이 되는 것 같아요.”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 위치한 ‘이웃집주거협동조합’ 2호에 사는 정보람씨의 말이다. 그는 ‘주거 공동체’에서 1년 남짓 살아본 소감을 ‘마음의 기둥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씨에게 주거 공동체는 먼 꿈처럼 느껴지던 목표였다. 서울의 한 교회 청년부에서 같이 활동하던 이들이 삼선동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지냈다. 하지만 2019년 그중 세 가족이 리모델링 방식으로 주거 공동체를 이루자 꿈의 현실화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더욱이 이때는 첫째 이아루(3)가 태어나면서 꿈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
정씨가 여러 과정을 거쳐서 다른 두 가구와 함께 이웃집주거협동조합 2호를 신축해 입주한 2021년 10월에서 3개월 뒤 둘째 로이(1)가 태어났다.
정씨는 아루와 로이가 더 많은 형제자매와 더불어 살아가게 될 환경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웃집주거협동조합 1·2호에 사는 6가구 중 5가구가 두 자녀 혹은 세 자녀 가구다. 그만큼 육아 협동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고, 주거협동조합의 가장 주요한 활동으로 공동육아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입주 가구들은 공유공간을 활용한 교육을 하거나 주말 식사 모임과 아이들의 생일파티, 크리스마스, 신년모임 등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웃집주거협동조합이 가족만을 바라보는 폐쇄적인 공동체는 아니다. 정씨는 “장수마을은 전형적인 고령화 동네이기 때문에 아이와 청년들의 입주만으로 지역의 활력과 소셜믹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네에 있는 어르신 사랑방에 회원들이 지난해에 몇 번 방문해 인사드렸고, 크리스마스 때는 작은 간식거리를 포장해 드리기도 했다. 2호 옆에는 작은 벤치가 있는데, 집을 짓기 전 벤치 쪽에 모여 있던 쓰레기가 집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벤치가 집과 가깝다 보니 어르신들이 모여 계실 때 자연스럽게 인사한다고 한다.
물론 공동체 생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정씨는 “공용 거실에 가까이 있는 가구는 공용 거실 이용 소리 때문에 아침잠을 방해받기도 했다”며 “이에 따라 3가구가 모여서 공용 거실 이용시간을 합의해서 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거 공동체는 그렇게 아직도 만들어져가는 셈이다.
정씨는 상금을 받으면 어디에 쓸 생각이냐는 질문에 “금리가 많이 올라서 당장 이자가 부담되는 조합원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일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웃집주거협동조합 구성원들과 연말 모임을 하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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