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봉구창동어르신문화센터 ‘청춘만세’(도봉통합복지센터 5층)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청춘’이었다.
이곳을 찾은 지난 11월17일은 ‘청춘만세’의 접수일이었다. 본인의 시간과 흥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은 어르신들이 선 곳은 다름 아닌 키오스크 앞. 서툴지만 큰 글씨를 누르니 신청한 강좌명과 어르신의 성함이 적힌 접수증이 뽑혀 나왔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씨지브이(CGV) 영화 결제, 코레일 티켓팅 등 가상의 주문을 익히며 터치하는 어르신들의 손엔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센터는 특화사업으로 키오스크에 우수한 어르신 열두분을 뽑아 ‘도봉디지털튜터 서포터즈’도 꾸렸다. 서포터즈 어르신들은 현재 청춘만세 키오스크 접수를 돕거나 방학동 우체국에서 우편물 인터넷 접수 봉사를 펼치고 있다.
디지털실에서는 유튜브 제작 교육이 한창이었다. 말이 제작이지 유튜브를 검색하는 법부터 알려주니 따라가기도 쉽다. 컴퓨터가 구비된 디지털실에서는 컴퓨터 활용 수업도 열리는데, 인터넷 쇼핑처럼 실생활에 관련된 수업이 진행된다. “진짜 할 수 있겠어요?” “여기까지 따라오셨어요?” “못 따라오신 분 손 드세요.” 강사의 외침이 이곳에선 익숙하다.
디지털 교육만 있는 건 아니다. 통기타, 가요, 라인댄스, 난타, 건강체조에서부터 귀 건강 셀프테라피, 캘리그래피, 자서전 쓰기까지 연 1회 어르신들의 수요 조사를 거친 엄선된 강좌들이 포진했다. 인근 어르신복지관과 중복되는 강좌는 최대한 지양하고 청춘만세만의 차별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이 어르신 ‘최애 핫플’로 등극하게 한 핵심 포인트다.
원어민이 직접 강의하는 15명 정원의 영어회화 수업도 눈에 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다가도 나중에는 아들 며느리와 해외여행 때 쓸 수 있는 ‘필살 영어’를 배워간다는 김영희 창동어르신문화센터장의 설명이다. 수업을 위한 단톡방까지 있다니, 그야말로 ‘영어로 친해진 사이’다.
무료 세무상담도 받을 수 있다. 사전 신청을 하면 현직 세무사가 특별히 홀수 월 둘째 주 화요일과 매월 첫째, 셋째 주 목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자식을 위한 재산증여, 가게 경영을 위한 세무상담, 연금 상담 등이 줄을 잇는다.
청춘만세를 이용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0살 이상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회원 자격이 있다. 회원카드를 만들기 위해 신분증과 사진이 필요하다.
수업은 보통 분기별로 진행되며 수업 진행 전 정원보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전산 추첨이 이루어진다. 떨어지는 사람이 발생하느니만큼 어르신들의 수업 출석률과 배움의 의지도 열띠다.
김영희 센터장은 ‘청춘만세’의 모토가 ‘변화하는 사회에 어르신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현직 박사와 교수를 초빙해 탄소중립, 메타버스 특강과 교육도 꾸준히 마련한단다. 수강 신청을 마친 어르신들이 상기된 얼굴로 서로의 수업표를 확인한다. 마치 새로운 수업을 앞둔 새내기 대학생처럼 말이다. ‘청춘’이다.
정동훈 도봉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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