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연출·제작·교육·행정가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한진섭 광진문화재단 대표는 광진문화재단이 “문화로 소통하여 구민의 행복을 위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한진섭 광진문화재단 대표.
다양한 일 하면서 전문가와 협업·소통
재단 대표 취임 뒤에 ‘소통’ 성실히 확장
직원과 소통…‘함께 으X’ 분위기 조성
주민과 소통, 곳곳 크고 작은 공연 제작
능동로 곳곳 ‘누구나 버스킹’ 장소 마련
‘나루 스트릿 댄스 페스티벌’도 첫 개최
“내년 광진예술제, 훨씬 큰 무대 준비 중
전국 단위에서도 공감할 작품 만들 것”
“문화로 소통하여 구민의 행복을 위하는 길입니다.”
“자치구 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진섭 광진문화재단 대표가 답한 말이다. 그런데 소통을 추구하는 이는 많지만, 그것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광진문화재단은 어떨까?
한진섭 대표는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1981년 배우로 문화 분야의 경력을 시작했다.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다, ‘1980년대 뉴욕의 진짜 뒷골목 이야기’를 다룬 <더 라이프>로 1998년 뮤지컬 연출 부문에 데뷔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정보 수집 차원에서 한 대표가 뉴욕에 직접 방문해 여러 작품을 접한 뒤 에이전시를 찾은 결과다.
이후 국제예술대학 뮤지컬 전공 교수로도 재직했으며, 2017년부터 4년간은 서울시뮤지컬단장으로 활동했다. 배우에서 연출, 제작, 교육자, 행정가로 여러 자리에서 국내외 전문가와 협업해왔기 때문일까? 자신이 말하는 ‘소통’을 성실하게 확장해갔다.
지난 6월18일 열린 ‘2022 나루 스트릿 댄스 페스티벌-나루 브레이킹 배틀 2on2’ 모습. 엄마와 딸 등이 2인1조로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먼저 재단 내부의 소통이다. 재단의 자랑거리를 묻자 한 대표는 ‘유능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꼽았다. 광진문화재단 직원은 20~30대 차세대 전문가로 구성됐지만, 인원수는 스무 명 남짓뿐이다. 이들이 연간 25개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해내고 있었다.
그것을 이루는 동력은 무엇일까?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문화사업팀 정종진 팀장과 문지은 대리는 “대표님이 민망해서 답을 못하신다”며 대신 답했다. 핵심은 한 대표가 부임한 이후 조직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대신 머무르려 하고, 업무도 ‘해치운다’가 아니라 ‘하나라도 더 해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의미를 찾으며 ‘다 같이 으X으X’ 하는 분위기는 한 대표가 ‘형처럼 아빠처럼’ 의견을 수용하고 지지해준 덕이라고 했다. 서로를 칭찬하는 가운데 광진문화재단은 어느 때보다도 유기적으로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단다.
‘주민과의 소통’도 열심이었다. 광진구는 뚝섬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아차산 등 녹지가 많다. 이곳들이 연결된 ‘능동로’ 곳곳에 누구나 버스킹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능동로 분수광장, 건대입구역 청춘뜨락 야외공연장, 광진숲나루 공원 나루마당 등에선 매주 크고 작은 공연이 펼쳐진다.
주민 소통과 관련해서는 재단의 주 공연장인 나루아트센터 앞 광장에서 진행하는 ‘스퀘어 프로젝트’도 빠질 수 없다. ‘스퀘어 프로젝트’는 공모·심사로 선정된 신진 예술가의 설치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프로젝트인데, 올해는 정경우 작가의 ‘아트 심볼 트로피’가 연말까지 전시 중이다.
지난 11월25일 열린 ‘2022 나루 커넥트 실내악 페스티벌’. 최정상급 클래식아티스트들이 출연해 멋진 공연을 펼쳤다.
나루아트센터 전시실에서는 올해 처음 ‘나루 스트릿 댄스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리버스크루의 시노비, 엠비크루의 페스터, 갬블러크루의 러쉬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예선전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았다. 참가자 역시 어린이부터 20대 딸과 중년의 엄마가 연합한 팀까지 도전해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빼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세대가 소통하는 모습에 행사를 꾸준히 지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건립된 지 17년 된 나루아트센터는 동북권의 클래식 공연장으로 오래 사랑받아왔다. 최근에 지어진 공연장에 비해 객석 규모는 작지만 사석이 적어 알찬 공간이다. 지하철 2·7호선과 맞닿아 접근성이 좋고 강남·송파·성동·구리·하남과도 가까워 아직 많은 관객이 찾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나루 커넥트 실내악 페스티벌이 2주간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한 대표 부임 이후로는 어린이 뮤지컬, 가족극이 많이 제작됐다. 여름·겨울 방학 시즌에 공연이 장기로 진행되며 인기가 높다.
지난 4월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에 열린 ‘나루랑버스킹×건대프리마켓’의 모습. 20여개 팀이 참여한 프리마켓과 예술가들의 버스킹이 한자리에서 열렸다.
지역예술가와의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월30일부터 10월27일까지 한 달간은 광진구 예술인의 축제의 장인 ‘2022년 광진예술제’가 열렸다. 나루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피크닉 인 나루’에서는 지역 예술단체 엠비크루, 건국대, 세종대 동아리 등이 초청됐다. 무대 옆 ‘건대 플리마켓’에서는 지역예술가의 수공예품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내년 광진예술제는 많은 주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훨씬 더 큰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올해 광진예술제 개막식에 개그맨 박준형, 가수 김연자, 뮤지컬 배우 홍지민 등 유명인이 출연했지만, “600석 규모의 객석이라 많은 분께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한다. 다음 광진예술제는 8천 석 규모의 어린이대공원 야외극장에서 오케스트라, 성악, 뮤지컬, 가요, 국악 등을 다 어우른 열린음악회 형식의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개 구립 합창단(구립청소년합창단, 구립여성합창단, 구립블루스카이합창단)이 연합한 100여 명이 연습할 계획이다. 이 중 광진구립여성합창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주 모이지 못한 가운데서도 지난 10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송년음악회 ‘나루뮤지컬나잇’ 모습.
예술인 간 소통을 넓히기 위해서 여러 세대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무대도 준비했다. 지난 12월16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는 갈라쇼 형식의 송년음악회 ‘나루 뮤지컬 나잇’이 열렸다. 1~2세대 뮤지컬 배우인 남경주, 김선영, 양준모부터 어린이·청소년 배우까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온 가족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신년에는 남상일, 박애리, 안숙선, 박칼린 등이 참가해 흥겨운 우리 가락, 우리 음악을 선보이는 신년음악회를 계획 중이다.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와 업무협약(MOU)을 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도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문화예술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2024년에는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나루아트센터를 좀 더 쾌적하게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재단과 함께 건물을 사용하는 광진구의회가 새 청사로 이전할 경우, 새로운 문화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재단-예술가가 허물 없이 소통하기 위해 ‘나루TV·광진문화재단’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채널에선 지난 공연이나 상주 예술단체 소개는 물론 직원 브이로그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세상살이에 힘들고 화나고 마음이 작아지는 요즘, 재단은 그 마음을 보듬어 따뜻한 용기를 드리고 관객은 저희가 준비한 ‘문화 상차림’을 받아주시는 일이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한 대표는 남은 과제로 재단이 광진구를 넘어서는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다. “재단에서 제작하는 뮤지컬을 비롯한 작품과 프로그램이 구에서 상영되는 데 끝나지 않고 전국 단위에서도 공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나루아트센터와 비슷한 규모의 전국 극장에까지 작품을 전파하고 싶다는 것이다.
유진아 객원기자 jina6382@naver.com
사진 광진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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