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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오케스트라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하다

MS필, 단원 20대~50대까지 다양,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본선 진출

등록 : 2016-10-20 12:34 수정 : 2016-10-20 16:52
음악을 삶 속에 녹여내는 일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기만큼이나 쉽다. 악기를 산다, 오케스트라에 가입한다, 배우고 연주한다. MS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제3회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를 앞두고 성동구 성수2가1동 주민센터 대회의실에서 최봉은 씨의 지휘에 맞춰 본 무대에 올릴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를 연습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오케스트라의 묘미요? 어떻게 설명하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어요.”

회사원 서동원(57) 씨가 클라리넷을 닦으며 말했다. 연습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인데, 표정에서는 묘한 설렘도 배어나온다. 서 씨는 음악을 전공한 전문 연주자가 아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주로 구성된 ‘MS필하모닉오케스트라’(MS필)의 단원이다. 흔히 ‘생활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20대 대학생, 30대 주부, 50대 회사원 등 연령도 직업도 제각각인 36명이 모여 ‘음악 이야기’(Music Story·MS)를 만들고 있다. 2013년 10명 정도가 모여 시작한 모임은 인터넷 검색과 입소문을 통해 단원들이 늘어나며 오케스트라의 꼴을 갖췄다.

“MS가 저의 첫 오케스트라예요. 혼자 연주하면 한 곡 완성하기도 힘들고 지루해요. 그런데 오케스트라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벽함을 만들어가죠. 그땐 정말 짜릿해요.” 박상은(28) 씨가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건 21살 대학생 때다. 자취하며 취미 생활을 위해 10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샀다. 딸의 오케스트라 활동에 부모님 또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MS필 정기연주회 때는 엄마가 광주에서 서울까지 보러 오셨어요. 대단하다며 칭찬해주셨죠! 22일 무대를 생각하니 벌써 떨리네요.”

지난 16일, MS필 단원들이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주민센터에 모였다. 14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된 ‘제3회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의 본선 연주를 앞두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다. 늘 연습 공간이 부족했는데, 주민센터가 유휴 공간을 내어준 덕분에 지난해부터 장소 걱정 없이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22일 본선에서 선보일 곡은 브람스의 ‘심포니 No. 4 In E Minor, Op. 98’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추운 1월에 단원들은 일찌감치 10월 공연 작품을 결정했다. “가을이면 브람스 아닌가요?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요.” 최종인(47) 단장이 악보를 내보였다. 지휘자 최봉은(43) 씨는 격주로 부산에서 올라와 MS필을 이끈다. 지난 오케스트라 축제에서 최 씨의 실력을 본 단원들이 간청해 성사된 만남이다.

3악장 연주가 시작되자 트라이앵글 소리가 들려왔다. 오케스트라에 웬 트라이앵글인가 싶지만 이 곡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다. 제2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이정필(31) 씨가 트라이앵글 연주자로 나섰다. “클래식이라면 담을 쌓고 살았는데, 3년 전 바이올린을 시작한 뒤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면서 한 달에 다섯 번씩 연주회를 보러 간 적도 있어요.” 이 씨는 자신도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MS필에는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한 단원도 몇 명 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케스트라 실력이 느는 게 확 느껴져 좋아요.” 비올라를 전공한 권은솔(30) 씨는 쉬는 시간이면 아마추어 단원들에게 어려운 부분을 여러 번 켜 보이며 설명한다. MS필의 정기 연습은 일주일에 한 차례이지만, 단원들의 연습은 평일에도 계속된다. 퇴근 후 학원에 다니거나 집에서 약음기를 끼고 연습하고, 파트별로 모여 집중 연주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6개월 만에 브람스 곡 하나를 완성했고, 생활 오케스트라 축제 예선을 통과했다.

“바이올린의 음률 위에 비올라가 얹어지고, 콘트라베이스가 받쳐주죠. 오보에 소리와 바순, 클라리넷의 조화가 이뤄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완성해나 가는데, 소름이 돋아요. 아름답고 또 즐거운 순간입니다.”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묻자 최종인 단장은 이렇게 답했다.


최 단장은 오케스트라 입단을 절대 어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단 시작하세요. 선만 그을 줄 알고 뿌뿌 소리만 내도 괜찮아요. 잘 못해도 함께 맞춰가는 거죠. 그게 오케스트라입니다.” 한 번 나왔다가 연주가 버거워 오지 않는 단원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최단장은 앉아만 있어도 된다며 다독였다고 한다. “저도 트럼펫 시작한 지 이제 3년째예요. 부족하면 어때요. 묻어 가면 됩니다. 하하하.”

10월의 가을밤을 브람스로 수놓을 MS필의 목표는 무엇일까. “함께 연주하며 음악으로 인생을 풍족하게 채우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클라리넷을 불던 서동원 씨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밝게 웃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