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7080’ 추억과 MZ세대 감성 만나는 곳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등록 : 2022-12-29 15:31

“날마다의 최선이 쌓여서 그 사람의 전 생애가 된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연세로. 그 거리 초입에 유명 문인들의 양손 핸드프린팅 명판이 설치돼있다. 여기에는 작가들이 젊은 세대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우기 위해 손수 쓴 글귀도 새겨져 있다.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문구를 되새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해 새다짐으로 이어질 것 같다.

바로 옆에는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된 이 서점은 동네 서점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함과 친근함이 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신촌에서 약속을 잡으면 이곳에서 보자고 했을 만큼 대표적 약속 장소였다. 수많은 청춘이 이곳에서 시집이나 소설을 뒤적이며 누군가를 기다렸을 추억이 스며 있다.

연세로를 따라 걸어가면 버스킹 명소인 스타광장이 나온다. 청년들의 재능과 끼가 음악으로, 연주로, 춤으로 마음껏 발휘돼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모은다.

스타광장 한편에는 빨간색 신촌플레이 버스가 놓여 있다. 버스 앞쪽으로 커다란 헤드셋 모형이 부착돼 있어 귀여운 모습이다. 과거 신촌에는 음악다방이나 라이브클럽 이 많았다. 플레이버스는 그 시절 인기를 끌었던 밴드 ‘신촌블루스’에서부터 이 시대 젊은 가수들까지의 음악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플레이버스 뒤로 창천문화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했어요’ 등 한국 가요사에 남을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현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뒤로는 ‘신촌, 파랑고래’가 자리 잡고 있다. 고래 입 모양을 닮은 외관과 개성있는 건축 소재로 공원 속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신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파랑고래 멤버십에 가입해 세미나실이나 공연연습실을 대관할 수 있고 기획전시나 공연, 워크숍도 열 수 있다.

신촌 연세로 부근 이색 점포들도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명 ‘최루탄 해장라면’으로 유명한 한 식당은 50여 년 전 개업 당시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비슷한 역사를 지닌 한 커피집은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 ‘우리나라 원두커피의 원조’로 불리며 알코올램프로 가열해 추출하는 사이펀 커피를 선보인다. 연세대의 상징에서 이름을 딴 한 ‘다방’은 1970~1980년대 대학생들의 아지트였으며 지금은 건물 8층에 위치해 대학 캠퍼스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지금 연세로에는 눈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둥근 조명이 밤하늘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고 있다. 마치 사진에서 본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연세로 인근 스타광장과 명물 쉼터, 아리수 공연장에서는 수시로 거리 공연이 열린다.

마침 이달 31일 밤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새해맞이 ‘신촌 카운트다운 콘서트’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신난다 신년은 신촌에서’란 행사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유명 밴드와 디제이, 래퍼, 댄스 퍼포먼스팀의 공연을 즐기며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미국 뉴욕에 타임스스퀘어가 있다면 서울에는 연세로가 있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함께 할 수 있다.

이영주 서대문구 홍보과 주무관

사진 서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