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외풍도 막고 언 수도관도 녹여줘요”

성동구, 2018년부터 취약층 계절·수요 맞춤형 방문 서비스 넓혀가

등록 : 2023-01-05 14:57
'착착성동, 생활민원기동대'의 이래승 반장이 지난 12월22일 송정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의 방 창문에 에어캡을 설치하고 있다. 생활민원기동대는 취약계층 주민이 일상에서 겪는 작은 불편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착착성동, 생활민원기동대’ 만들어

에어캡, 방충망부터 전등 교체까지

연령 제한 없고 연 3회 무상 수리

공단 긴급출동대, ‘방문 해빙’ 서비스

‘생활 속 어려움 신속 해결 정책’ 지속

성동구 송정동에 사는 강정식(가명·59)씨의 집은 반지하다. 세밑 최강 한파가 시작된 지난 12월22일 낮 만능 해결사를 자처하는 ‘착착성동, 생활민원기동대’의 이래승(67) 반장을 강씨가 반갑게 맞았다. 이 반장은 방 창문에 찬 바람을 막아주는 에어캡(뽁뽁이)을 설치했다. 이 반장은 이어 ‘전등을 꺼도 잔광이 있어 불편하다’는 강씨의 얘기를 듣고 해결에 나섰다. 콘덴서를 달아도 잔광이 있어 생활민원기동대 전용 차량에 있는 새 전등을 갖고 와 바꿔줬다. 강씨는 “뽁뽁이도 붙여주고 신청하지도 않은 전등까지 고쳐주니 정말 감사하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강씨는 척추질환으로 장애 등급을 받고 몇 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고 있다. 두 달 전 성동구로 이사 온 뒤 집으로 찾아온 돌봄매니저에게서 상담과 지원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창문 틈새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는 그의 말에 돌봄매니저는 에어캡 설치를 동 주민센터에 신청해줬다. 에어캡 설치를 접수한 동 주민센터는 생활민원기동대에 신청했다. 이 반장이 강씨의 집을 찾아 설치가 가능한지 확인한 뒤 이날 작업한 것이다. 강씨는 “작은 불편도 세심하게 챙겨줘 성동구로 이사 오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이래승 반장이 잔광이 있는 전등을 고치고 있다.

생활민원기동대는 성동구가 2018년부터 운영해온 사업이다.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담당 부서가 치수과, 성동구도시관리공단, 기초복지과 지역자활센터 등으로 나뉘어 있고 사업 시기도 달라 대응이 신속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생활 속 소소한 불편을 빠르게 해결해주기 위해 복지정책과가 생활민원기동대를 꾸린 이유다. 정재신 성동구 돌봄지원팀장은 “별도의 기동대를 운영해 일상생활 속 해결하기 어려운 불편사항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구는 전담 기간제 근로자(반장), 공공일자리 참여자로 생활민원기동대를 꾸렸다. 만물상처럼 도구와 장비, 재료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전용차량도 마련했다. 서비스 대상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홀몸 어르신, 국가보훈자 등으로 3만여 명이다. 연령 제한은 두지 않았다.

생활민원기동대는 전등 부품이나 수도꼭지 교체 등 전기·설비 분야의 간단한 생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여름철에는 방충망 등을 설치하고 겨울철에는 문풍지, 에어캡 등을 붙여주는 등 계절에 맞는 서비스다. 화재 예방을 위한 가스타이머 설치는 연중 내내 이뤄지는 이용도 높은 서비스다. 5년째 반장으로 일하는 이래승씨는 “불편한 게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드린다”며 “대상자들이 좋아하고 고마워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비스 운영 예산은 구비로 충당한다. 재료비 지원 혜택은 지난해까지 가구당 연 10만원 이하 최대 3회까지였다. 성동구는 새해 생활민원기동대 예산을 늘렸다. 주민들의 체감도가 높아 꼭 필요한 사업으로 자리매김해가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재료비 지원한도를 가구당 15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정재신 돌봄지원팀장은 “재료비가 계속 올라 걱정”이라며 “서비스를 받는 데 불편이 없도록 예산을 확보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생활민원기동대 전용차량에서 이래승 반장이 새 전등을 꺼내고 있다.

성동구는 취약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해빙 서비스도 겨울철(12월~3월)에 운영한다. 수도관 상태를 점검하고 수도관 내부의 얼음을 녹이는 등 신속한 초동조치를 해준다. 추가 점검이 필요하면 임시조치 뒤 전문 서비스 업체로 연계해주기도 한다. 계량기 등이 동파돼 교체비나 수리비용이 생기면 서울형 긴급복지지원 등 지원 사업을 알려준다.

지난해 시작한 ‘찾아가는 해빙서비스’는 현재까지 30여 가구가 이용했다. 연립·다세대 등 일부 빌라에서 동파로 겪는 불편 사례가 구청장 휴대전화 문자로 여러 차례 접수됐다. 수도관이 동파되면 수도사업소에 연락하는데 한꺼번에 작업량이 몰리다보면 순서를 기다리다 불편함을 오래 겪기도 한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 가구에서는 고충이 더 할 수 있다.

구는 자체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지원단 구성 방안을 구상했다. 성동구도시관리공단 기술직원 16명을 활용해 긴급출동반을 꾸렸다. 취약계층이 손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구청 복지정책과, 동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받는다.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성동구는 지난 연말 복지부의 지역복지사업 평가에서 우수 지자체로 인정받았다. 구는 5개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받았는데,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제공 부문 우수상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큰 어려움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절과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통해 구민의 작은 불편사항도 세심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