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화해의 바탕은 ‘연민’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

등록 : 2023-01-05 16:03

인류는 과연 용서, 화해 그리고 치유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철학·교육학·역사학·정치사회학·신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저자 13명이 함께 펴낸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새물결플러스 펴냄)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들은 인간성 안에 작동하는 잔인한 공격성과 타자 약탈적 악을 응시하면서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이들은 이음사회문화연구원과 미래사회연구원을 중심으로 모여 그동안 각 분야에서 진행돼온 관련 논의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갈등의 보편적 해결 방법을 풀어놓았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우선 1부 ‘학문적으로 본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에서는 철학 등 각 학문의 관점에서 용서와 화해의 개념과 현실 사례를 다루고, 치유에 이르기 위한 과정과 필요 요건 등을 면밀히 살핀다. 2부 ‘종교적으로 본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에서는 불교와 기독교의 관점에서 용서와 화해를 다룬다. 저자들은 해당 종교의 관점에서 강조하는 ‘용서’와 ‘화해’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것을 삶에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어 3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의 역사’에서는 미국의 인종 갈등과 혐오 문제, 독일의 과거사 극복, 한국의 위안부와 같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치유가 이루어진 역사적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현재 필요한 지혜를 살피고 미래의 전망을 그린다. 그리고 4부 ‘현실의 갈등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서는 한국 사회의 분단, 재벌 범죄, 젠더·세대 이슈를 상세히 분석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체적 현안을 다룬다.

저자 중 종교와 관련한 인물이 많다. 이는 책을 펴낸 새물결플러스(대표 김요한)가 기독교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이기도 하지만, ‘용서와 화해’와 가장 어울리는 영역이 종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동신 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주교는 추천사에서 “21세기 종교 문제 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의 분석에 따르면 현존하는 종교들의 공통분모는 ‘컴패션’(연민·동정심)”이라고 전제한 뒤 “타인의 고통을 즐기기보다는 함께 아파함으로써 사회적 공감을 축적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강조했다. 이 연민과 동정심이 용서와 화해의 바탕이 되고, 용서와 화해는 또다시 인간을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