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서울&
서울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단장 “채우는 게 능사 아냐. 미술은 소통하는 도시의 한 방식”
등록 : 2016-10-20 20:50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안규철 교수가 엄청난 과밀도시인 서울을 랜드마크식 대형 조형물로 채우기보다는 잘 비우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가능한 한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제출되고 반영되도록 하겠다. 일관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젊은 작가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저명한 기성 작가들도 들어와 자기 세계를 펼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 6월에 자문단이 출범했는데, 그동안 한 일은? “이미 수립된 사업들 가운데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수정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모든 사업이 우리 자문회의를 통해서 계획되고 진행되기 때문에, 그 운영계획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올해는 12월에 여는 공공미술 국제 콘퍼런스를 주목해주기 바란다. 서울의 공공미술 환경에 대한 주요 관점들과 해외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공공미술 작품들을 선정하고 진행하는 새로운 기준이나 원칙이 있다면? “서울은 엄청난 과밀도시다.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처럼 엄청나게 많은 시각적 공해 물질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 공간을 비워서 좀 쉬게 해줄 필요가 있다. 채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잘 비우는 데도 초점을 맞추자고 얘기하고 있다. 랜드마크식의 대형 조형물 설치는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 시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올해 사업 중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이란 것이 있다. 일반 시민 100분을 선정해 10팀으로 나눠 전문 큐레이터의 지도 아래 주제별로 주말 답사를 다니고 있다. 연말에 그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전시도 할 예정이다. 공공미술에 시민들의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장치인데, 저도 처음 하는 일이라 상당히 결과가 궁금하고 기대가 많이 된다.” - 올해 사업 중에 소개할 만한 것은? “봉제공장, 철공소 등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도심 제조업 지역은 환경이 열악하다. 그곳에 젊은 미술가들이 들어가 공공미술을 통해 환경을 개선해보려는 ‘아트 플랜’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을지로와 청계천 사이 철공소 밀집 골목의 위생 환경을 공공미술 차원에서 바꿔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면 공공미술이 단순히 동네 골목길을 치장하고 벽화를 그려주는 차원을 넘어 시민들의 삶과 도시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의 모범 사례를 꼽는다면? “자주 드는 사례가 있다. 독일에 카셀이라는 인구 20만의 소도시가 있다. 5년마다 한 번 우리의 광주비엔날레 같은 미술전람회가 열리는데, 요셉 보이스란 작가가 떡갈나무 7000그루를 도시 곳곳에 심는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그가 죽은 뒤까지 계속된 이 나무 심기로 30년 뒤 카셀은 완전히 떡갈나무 숲의 도시가 되었다. 미술이 어떻게 도시를 바꾸고 사람을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미술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미술이 꼭 그 형태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보수적인 생각이다. 미술은 이제 더 이상 장식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세계 미술계의 추세다. 이런 변화는 크게 보면 새로운 소통 방식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각이 미술의 한 소통 방식이라면 미술이 숲이나 공원 같은 환경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도 없다.” 끝으로 한 사람의 작가로서 해보고 싶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 교수가 “지금은 심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웃음으로 대신하자, 동석한 변태순 서울시 문화본부 디자인정책과장이 답변을 대신했다. “안 교수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처음 시도되는 바로 이 자문단장 활동이 아닐까요?” 임기를 마치는 2년 뒤에는 안 교수의 안목과 식견이 서울이라는 ‘도시 미술관’을 새롭게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