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5일 관악구 인헌동 아다지오뮤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다지오뮤직은 지난해 관악구가 청년문화 공간을 지원하는 청년문화존 사업에 선정돼 클래식 합주와 국악 연주 프로그램 ‘쓸모있는 음악’을 운영했다.
지난해 15곳 선정해 1곳당 300만원씩
공간 운영자 “코로나19 위기에 큰 도움”
청년 위한 무료 프로그램 만족도 높아
“올해도 다양한 문화공간 발굴해 지원”
5일 오후 관악구 인헌동 아다지오뮤직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곡 ‘나홀로’(On my own)가 흘렀다. 에포닌이 빗속에서 부르는,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슬픔이 절절히 밴 노래다. 아다지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어우러진 선율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는 듯했다.
합주가 끝나자 악장 이예린씨가 나서 부드러운 선율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음악은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 다 같이 의견을 내면서 얘기해야죠.” 이씨는 단원들에게 좀 더 박자와 호흡을 맞추자고 주문했다.
“악기 연주를 하려면 공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도심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힘들고 비싼 임대료 때문에 대부분 사라져요.”
김은화 아다지오 오케스트라 단장 겸 아다지오뮤직 대표는 클래식 연주 단체는 연습할 공간을 마련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수십 명이 한 공간에서 악기를 연주할 장소도 마땅찮을뿐더러 설사 장소를 마련해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오래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관악구에는 그동안 클래식 합주나 연주를 하는 상주단체가 적어 청년과 주민들이 악기 연주를 배우려 해도 이웃한 서초구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죠.” 김 대표는 온라인 오케스트라 카페(동아리)를 10년 넘게 운영해왔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만 해도 회원이 3300명이나 됐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부족한 관악구의 문화·예술 기반으로 회원들이 대부분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게 관악구 청년문화존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을 활용해 지역 내 청년을 위한 문화 거점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청년문화를 활성화하고 관계망을 만드는 사업이다. 구는 2020년부터 청년문화존 사업을 시작해 2021년 5곳이던 것을 지난해 15곳으로 늘려 다양한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마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도토리합창단’, 캔들·장신구·뜨개질을 하는 ‘내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춤추며 즐기는 ‘추미 취미’, 영상을 제작하는 ‘별을 따는 청년 마을’, 그림을 그리는 ‘청년들을 위한 미술교육 및 미술커뮤니티’ 등 생활강좌부터 공연,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총예산 5900만원으로 문화공간 한 곳당 300만원 내외의 공간 운영비를 지원했다. 덕분에 청년문화존을 이용하는 청년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했다.
“연습할 때마다 회비를 내 공간을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오래 못 버티죠.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이곳에 상설 연습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마침 관악구 지원이 있어 이렇게 꿋꿋하게 버티고 있어요.”
김 대표는 2020년 음악 학원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임대해 연습실을 만들었다. 20명 남짓 되던 회원이 지난해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많이 모여 연습할 땐 30명이 모일 때도 있다. 김 대표는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던 예전 오케스트라 회원들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며 “모두 모여 연습할 공간으로는 비좁지만 그래도 연습할 공간을 마련한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아다지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5일 합주하는 모습.
아다지오뮤직에서 진행하는 ‘쓸모 있는 음악’은 클래식 오케스트라 합주와 국악 연주를 하는 청년문화존 프로그램이다. 아다지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해 악기 연주를 배우며 공연에도 함께 참여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자체 문화사업에서 클래식이 제외돼 안타까웠는데 지난해 구청 도움으로 지역 주민이나 청년들이 클래식을 함께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쓸모있는 음악은 클래식과 국악 외에도 취미 생활을 위한 다양한 음악도 한다. “취미 삼아 오는 직장인이 많아서 부담을 느낄까봐 영화나 뮤지컬 주제곡도 섞어서 해요.” 이 악장은 “회원들이 원하는 곡이 있으면 같이 배우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청년문화존 사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신나게 활동했어요. 구에서 축제나 봉사활동 등 연주가 필요할 때 불러줘서 좋았죠.” 아다지오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40여 회 공연했다. 이 악장은 “코로나19로 2년 정도 연주를 못해 많이 힘들었지만 청년문화존 사업으로 지난해엔 마음껏 공연했다”며 밝게 웃었다.
피아노를 치는 정민관씨는 아다지오 오케스트라에서 총보를 맡고 있다. 지휘자가 따로 없이 합주할 때 지휘자 역할을 한다. 정씨는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청년문화존 사업이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관악구에서 예술 문화 쪽으로 많은 지원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공연이 늘어났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그래도 대면 공연이 다시 많이 늘어나길 바라죠. 공연 현장에서 직접 같이 소통하고 듣는 감동은 다르거든요.” 정씨는 “‘방구석 클래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비대면 공연이 활성화됐지만, 이제 규제가 완화된 만큼 공연장 공연 예술에 대한 지자체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관악구는 청년문화존 프로그램 참여자 10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60%)와 ‘만족한다’(32%)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청년 문화공간을 활용해 청년들의 문화 욕구를 해소하고 청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갈 계획이다. 김성철 관악구 청년정책과 청년지원팀 주무관은 “청년들이 무료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올해도 지난해만큼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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