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을공동체, 다시 길을 묻다

10~15일 ‘2016 서울마을주간’ 개최, 더 많은 시민의 참여 방법과 질적 성장 발판 마련한 배움과 연대의 장

등록 : 2016-10-21 10:04 수정 : 2016-10-27 07:55
 
“지진이 나면 72시간 동안은 지역 자체 노력으로 견딘다는 목표를 갖고 주민 스스로가 방재 계획을 마련합니다.” 시모무라 아키라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 구청장실 실장(부구청장에 해당)의 설명에 시민들은 ‘재해 대처 계획까지 주민이 직접 해?’ 하는 표정으로 한결 더 진지하게 경청했다.

지난 13일 서울혁신파크 청년허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정책포럼’의 한 풍경이다. 12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시작된 정책포럼은 ‘2016 서울마을주간’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준비된 행사였다. 마을공동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얻고자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온 국내외 사례를 단체장과 해외 연사, 마을사업 전문가, 교수들을 초청해 직접 들었다.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 지원도 중요

첫날은 ‘주민자치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가 아닌 참여다. 내가 참여하면 동네가 변한다”며 지역을 혁신하는 데 꼭 필요한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성북구가 도입한 ‘추첨제 민주주의’를 설명했다. 노이케 마사토 유한책임 사업조합 마을과 일 종합연구소 대표는 일본 교토시의 ‘미래 마을 만들기 100인 위원회’가 “시민 가운데 무작위로 참가자를 모으기 때문에 특정 집단과 전문가가 아닌 소리 없는 소외계층도 참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주민참여가 ‘그들만의 리그’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해법으로 ‘무작위 추첨제’를 소개했다.  

브루노 카우프만 유럽주민발의 국민투표기구 대표는 “지역 의제를 정하는 것도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 나아가 시민들이 좀 더 가능성 있는 의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라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참여하는 시민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 지원도 필요하다”며 교육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승창 서울시 정무2 부시장은 “저소득층의 참여는 노동시간의 문제도 있다. 행정이 지원체계를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며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할 몫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둘째 날 포럼의 주제는 ‘마을공동체로 살펴보는 참여정책과 시민정치’였다. 시모무라 실장은 “더 많은 주민이 참가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라며 주민들이 참여해 2008년부터 현재까지 낡은 구청사의 리모델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태동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이 주저 없이 활발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목적 합치도 필요하다”며 마을정치에 시민의 합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콘퍼런스로 사례 배울 기회 만들어

서울은 지난 5년 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발전시켜왔다. 세 명만 모여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여 시민이 13만 명이 넘을 만큼 성장한 서울의 마을공동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더 발전시킬 필요는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2016년 서울마을주간을 열게 되었다. 10일부터 15일까지 연 2016 서울마을주간의 슬로건은 ‘더 많은 참여, 함께 여는 민주주의’다. 마을공동체 활동에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배움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마을주간은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정책포럼’ 외에도 각 마을의 사례를 공유하는 ‘작은 콘퍼런스’와 시내 곳곳에서 열린 ‘골목 콘퍼런스’, 해외 성공 사례를 나누는 ‘마을국제콘퍼런스’, 더 많은 주민참여를 끌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가 심화 트레이닝’ 등 시민들이 마을공동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배움의 마당으로 꾸려졌다. 행사 동안 콘퍼런스 등을 통해 공유된 사례들은 서울마을주간 누리집(www.maeulweek.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