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부터 윷놀이·투호까지 “옛것 새롭게 즐겨요”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26일까지 ‘전통문화 페스티벌’ 열려

등록 : 2023-02-02 16:45
지난달 24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구서울역사)에서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기획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공기놀이, 실뜨기, 팽이치기, 산가지 등 전통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옛 서울역사 리뉴얼한 복합문화공간

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열려

갖가지 전통놀이 체험 큰 인기 모으며

“옛것에서 참신함 경험…전통의 현대화”


‘달과 토끼 얘기’ 형상화 작품 관객 맞고

‘건강하게’ ‘아름답게’ 등 5개 부문 전시


외국인 관람객 “최고 재미까지 가봤다”

해마다 설맞이 연례행사로 개최 예정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전통문화의 새로운 오늘을 소개하는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이 지난달 19일 개막했다. 전통문화 진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마련한 이 축제는 이달 26일까지 운영된다. 올해 제1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설을 맞아 연례행사로 개최될 예정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축제 현장에 방문한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계묘년의 상징 동물인 토끼였다. 행사의 시작점인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선 ‘달과 계수나무, 토끼’라는 전통 이야기를 형상화한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시 공간은 ‘건강하게, 아름답게, 쓸모있게, 생동하게, 행복하게’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전통생활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부문별로 전시돼 있다.

중앙홀을 지나 대합실에 들어서면 각종 전통놀이를 만날 수 있는 ‘건강하게’ 부문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 공간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도 등장했던 딱지치기를 비롯해 윷놀이, 제기차기, 비사치기 등 몸을 움직여 즐기는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설 명절 연휴 기간에만 특별 편성된 프로그램답게 놀이 체험이 단연 인기였다.

개항 이후 1950년대까지 가장 특징적인 한복을 고증해 재현한 전통 한복 6점이 전시돼 있다.

연휴 기간에는 한복을 입고 전시장에 방문하거나 전통놀이 미션을 완료하면 기념품을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도 진행됐다. 금발의 외국인 아내와 함께 작품들을 둘러보던 박진만(35)씨는 “아내가 와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왔다. 오늘 한복 입고 오면 선물을 준다길래 추운데도 이렇게 입었다”며 아내 케이트 크론(34)을 가리켰다. 연분홍 저고리가 눈에 띄던 케이트는 실뜨기하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재밌었다. 최고 단계까지 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시장에선 놀이 지점마다 미션을 성공한 사람의 기쁨 어린 환호와 실패한 사람의 아쉬운 탄성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현장 직원들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용기를 북돋워주거나 “한 번만 다시 해보지 않겠느냐”며 도전자들을 격려했다. 기자도 몇 번의 시도 끝에 투호 등 세 가지 미션을 모두 완료하고 전통 문양으로 꾸며진 달력 세트를 받았다.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한복·한식·한지 등 우리 고유의 멋과 맛을 다루는 ‘아름답게’ 부문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개항 이후 시대별 전통 한복을 재현한 6종의 한복과 이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한복 근무복이 전시돼 있다. 공간 한편에선 배자(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를 입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메타버스를 활용한 한복 패션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반대편 공간에선 아기자기한 한식 미니어처를 볼 수 있으며 전통 보자기 매듭을 배우는 체험도 가능하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수백 종의 오색찬란한 한지 원지를 선보이는 공간도 있다.

다채로운 색감의 한지 원지가 생산지별, 제작 방법별로 약 200종 전시돼 있다.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전시장을 찾은 최윤미(44)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다가 설 연휴에만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해서 가족 나들이 겸 왔다”며 “아이들이 평소에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의 막내딸 여다연(11)양은 “한복 체험이랑 전통놀이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며 “투호가 제일 재밌었는데 많이 넣진 못했다”고 수줍어했다.

아이들부터 할머니까지 3대가 함께 방문한 가족도 있었다. 수시로 자녀와 어머니를 챙기던 김고운(45)씨는 “오늘은 너무 추워서 야외 활동은 못할 것 같고, 실내 활동 찾아보다가 애들 외삼촌이 소개해줘서 왔다”며 “어른이나 아이나 체험할 거리가 다양해서 좋았다. 공기놀이할 때 보니 공기에도 디자인이 가미된 게 정말 예쁘더라”고 말했다.

체험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던 이하은(11)양은 “여기서 학교에서 배웠던 윷놀이랑 딱지치기 같은 것을 다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양의 어머니 안영숙(48)씨는 “남편을 배웅하러 서울역에 왔다가 들렀는데, 예전의 것들을 이렇게 직접 보고 아이한테도 보여줄 수 있어서 새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지도 그렇고 예쁜 것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한테도 한번 와보라고 권할 것 같다”며 프로그램 기념품이 담긴 종이가방을 들어 보였다.

한 관람객 일행이 주령구를 던진 뒤 운세 카드를 뽑고 있다.

이어 ‘쓸모 있게’ 부문으로 넘어가니 청년기업들이 전통과 혁신적 아이디어의 융합을 모색하며 개발한 다양한 문화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부문에 전시된 물품들은 구입도 가능하다. ‘생동하게’ 부문에서는 나전칠기, 조선 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신색창연’이 상영 중이다. 마지막으로 ‘행복하게’ 부문에서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던져 신년 운세 카드를 뽑을 수 있고, 새해 다짐을 작심 카드에 직접 적어 게시할 수도 있다. 새해 다짐을 꾹꾹 눌러쓰던 이보연(30)씨는 “생각보다 알차고 볼 것도 많아서 천천히 구경하기 좋은 것 같다”며 “전통적인 부분은 보는 관점에 따라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한국적인 것을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꾼 것 같다. 이질감이 들지 않고 예뻤다. 내년에도 하면 올 생각이 있다”고 호평했다. 전시장 출구에서 만난 정예진(26)씨는 “본가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러봤는데 생각보다 (전시가) 크다”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가족끼리 오면 더 재밌게 놀다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 다짐을 적는 ‘작심 쓰기’ 체험 코너에 작심 카드들이 한가득 붙어 있다.

유행이 빠르게 돌고 도는 현대사회에서 전통문화를 미래세대에 오래도록 전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생활문화팀 전민경 책임은 지난달 25일 <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통문화가 우리 일상과 멀거나 이제는 쓰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당장 우리가 만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가 있으니 와서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며 “(이번 행사가) 전통문화를 일상에서도 다시 누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