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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8년까지 ‘걷는 도시, 서울’ 조성…연결성 강화 위해 교차로 횡단보도 등 확대

등록 : 2016-10-27 12:27 수정 : 2016-10-27 12:29
시민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넓히기 위해 19일 오후 마포구 공덕초등학교 옆 주차 공간을 보행로로 바꾸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은 걷기 편한 도시일까? 1997년 1월 ‘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 조례’ 제정으로 본격화한 서울시의 보행환경 개선 노력은 지난 2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이 보행 친화 도시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자동차 공간과 사람을 위한 공간을 지표로 나타낸 보도율(보도면적÷도로면적×100)은 서울의 경우 1992년 7.1%에서 1996년 10.0%로 늘었다가 2013년에는 다시 8%로 줄었다. 뉴타운을 비롯한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보도면적 등 사람을 위한 공간보다 주차장과 도로 등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목표로 발전해온 서울의 도시 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울시 전체 도로 가운데 보도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생활권 소도로(폭 12m 미만)가 77.8%(2013년 기준)에 이른다.

보행권은 기본권과 같은 시민의 권리

그런데도 왜 서울은 보행 친화 도시를 지향하는 걸까? 사람에게서 걷는 행위는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와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1960년대부터 걷기를 시민의 권리로 인식하고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연합(EU)이 1989년 보행자 권리장전까지 제정한 이유도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권이 평등권,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권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행권 확보 노력은 1993년 녹색교통운동이 설립되면서 본격화됐다. 녹색교통운동은 1993년 ‘보행권 신장을 위한 도심지 시민 걷기대회’, 1994년 ‘장애인 및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함께 걸음 시민대회’, 1997년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광화문사거리와 예술의전당 등 서울 시내 10곳에 횡단보도 설치 운동을 벌이는 등 보행권을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어왔다.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서울시는 걷는 길을 만들고자 계속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관광지나 도심의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꾸미거나, 레저활동으로서 걷기가 가능한 둘레길 만들기에 그쳐왔다. 시민의 권리로서 보행권을 보장하는 보행 환경 개선을 본격화한 시기는 2013년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쾌적한 서울거리’, ‘안전한 서울거리’, ‘편리한 서울거리’, ‘이야기가 있는 서울거리’로 시작한 보행 친화 환경 조성 노력은 2014년에는 ‘보도블록 십계명’과 ‘인도 십계명’으로, 2016년에는 ‘걷는 도시 서울'이란 이름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을 보행 친화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크게 보행 전용거리, 보행환경 개선지구, 보행자 우선도로, 어린이 보행 전용거리, 자동차 속도 제한, 교통약자 개선, 보행자 배려 신호체계 개선, 횡단보도 전면 설치, 도심 보행길 조성, 보행권 확산을 위한 걷기대회 등 10대 사업으로 구분해 진행 중이다.

보행 전용거리는 단순히 자동차 통행금지를 넘어 문화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진행 중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세종대로와 청계천로, 연세로 등 66개소에 총 2만1833m가 보행 전용거리다.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의 장충단로를 추가로 지정하는 등 2018년까지 도심과 생활권을 중심으로 35개소를 추가 지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이면도로를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고 자동차 운행속도를 30㎞ 이하로 낮추는 ‘이면도로 존(Zone) 30’도 확대한다. 30㎞ 제한은 1972년 네덜란드 델프트 시에서 시작된 본에르프(woonerf, 생활의 터)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빨리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속도가 제한된 이면도로는 457구간, 331㎞에 이른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해마다 300구간씩 속도 제한 구역으로 지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보행 친화 도시 향한 보행환경 개선 계속

도로 폭을 좁히고 보도를 넓히는 도로 다이어트도 확대한다. 남대문시장에서 명동까지 퇴계로 1.1㎞ 도로 구간이 내년 4월이면 최소 1개에서 최대 3개 차선이 줄어든다. 시민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보도 폭이 남대문시장 주변은 7m, 명동 부근은 2m 정도 넓어지게 된다. 보도 폭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서울역부터 남산 예장자락길까지 도심 보행길도 연결해 시민과 관광객이 서울 도심을 걸어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만리동 고갯길과 한양도성 안 세종대로 등 18개 구간 20.02㎞도 2018년까지 도로 다이어트를 하고, 창덕궁 일대와 낙원상가 인근도 도시재생사업을 거쳐 걷기 편한 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교차로 도보 통행 환경도 개선한다. 시내 교차로 99개소 가운데 ㅁ형 횡단보도 설치가 불가능한 16개소와 이미 설치된 51개소를 제외한 32개소를 2017년까지 모두 설치해 도보의 편의성과 연결성을 높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내 보도 2만7018개소와 버스 정류소 5712개소, 지하철 역사 내 276㎞의 점자블록을 전수조사했다. 잘못 설치됐거나 미설치된 보도 193㎞, 버스 정류소 62㎞, 지하철 역사 28㎞를 2018년까지 보완해 교통약자의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서울시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뿐 아니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중심 대표 보행거리 확산’, ‘도심 보행길 조성’, ‘광화문광장 공간 재편’, ‘걷기 페스티벌’,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등도 추진한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