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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표’ 재밌는 공격 농구 펼칠게요”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 초대 감독 맡은 ‘농구 여제’ 박찬숙
등록 : 2023-02-09 14:58
박찬숙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 감독이 7일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문화체육센터 내 농구장에서 ‘희망의 슛’을 던졌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박 감독은 1975년 16살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은메달,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은메달을 따는 데 주역을 맡았다. 박 감독은 1978년 태평양화학을 시작으로 실업팀 선수 생활을 시작해 대만 실업팀 바이진주바오에서도 선수로 뛰었다. 국가대표팀 코치와 감독,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한국실업농구연맹 수석 부회장을 맡았다. 박 감독이 프로나 실업, 학교 등에서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팀 감독에 도전도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쓰라린 경험을 했죠.” 박 감독은 당시 “내 꿈은 이게 끝인가 싶어 이루 말할 수 없이 실망이 컸다”고 했다. 그래도 박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농구만을 생각한 끝에 실업팀 감독의 꿈을 이뤘다. 박 감독에게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을 맡게 된 이유를 듣고 싶었다. “농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프로나 대학팀에 가지 못한 친구들을 선발해 자기 꿈을 이루게 하는 데 저의 연륜과 지도력이 도움되면 좋겠습니다.” ‘농구 여제’로 승승장구하던 박 감독에게도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리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 품에 안아주는 푸근한 ‘큰엄마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박찬숙이 워낙 거성(스타)이라서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해요. 무섭다고도 해요. 또 선수들과 연배 차이도 많이 나죠.” 박 감독은 “그런 것을 깨기 위해 내가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재밌게 가르치고 재밌게 농구를 하겠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7일 선수 공개 선발 공고를 냈다. “트라이아웃(입단 시험)을 통해 8~10명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박 감독은 드리블, 패스, 슛 등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를 원한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모든 걸 할 수 있죠. 훈련도 기본기부터 할 겁니다.”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이 창단되면 국내 여자실업농구단은 김천시청, 사천시청, 대구시체육회, 서울시농구협회 등 5개팀으로 늘어난다. 박 감독은 5월에 열리는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을 시작으로 종별농구선수권대회, 전국체육대회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우승하면 큰일 나죠.” 박 감독은 “올해는 욕심부리지 않고 적응하는 기간으로 삼겠다”며 “3~5년 뒤에는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박 감독은 화끈한 공격 농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실력이 부족할 때 수비 농구를 하는 거죠. 전 아닙니다.” 박 감독은 수비 농구를 잘해서 명장이라는 소리 듣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수비 농구는 발전이 없어요. 공격 농구를 해야 발전할 수 있죠. 화려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박 감독은 결국 공격해야 이길 수 있고 수비는 그다음이라고 했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지만 프로농구가 프로배구보다 인기가 없어요.” 박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데 대해 걱정했다. “걸출한 스타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박 감독은 “김연경 선수 보려고 배구를 본다”며 “훌륭한 농구 선수는 많지만 김연경처럼 표출이 안 되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선배 세대가 이룬 한국 여자 농구의 영광을 후배 세대가 다시 한번 재현해주길 바랐다. “선배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이룬 성과를 후배들한테서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 감독은 “이런 선배들의 바람이 부담스럽더라도 후배들은 이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대문 구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겠죠. 양어깨가 무겁습니다.” 박 감독은 여자 농구 활성화와 ‘스포츠 도시 서대문’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한발 앞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유소년, 스포츠 동호회 등 생활체육 발전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여자실업농구단을 창단한 데 대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에게 감사드린다”며 “구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