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는 2018년부터 문화예술인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박신정 레몬사운드 대표는 지난해 서초구의 지원으로 음악가와 음악제작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했다. 박 대표가 9일 서초구에 있는 한 공유사무실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김병수 미션잇 대표(아래 사진)는 사회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꾸준히 책으로 출판해 사회 구성원과 공유한다. 미션잇은 포용력 있는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미디어리서치 회사다. 김 대표가 네 번째 만든 매거진 <안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초구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 5년 성과
10억원으로 87개 팀 도와…지난해 3억7천만원으로 22팀 지원
“학생들 교류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해 2021년 누리집을 만들었죠. 이를 발전시켜 사업화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4학년인 박신정(26) 레몬사운드 대표는 2021년 1월 음악가와 미디어 제작사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열었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음악이 필요한 제작자나 기업과 음악가를 연결해준다. 박 대표는 9일 “기존 음악은 비싼 저작권료를 내야 하고, 장면에 딱 들어맞는 음악을 찾기도 쉽지 않다”며 “제작자들이 음악을 만들려고 해도 주변에서 쉽게 음악가를 찾을 수 없어 안면이 있는 지인과만 계속 작업한다는 데 착안해 만들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플랫폼을 혼자 만들어 운영하다 지난해 4월 서초구 지원으로 플랫폼을 개선했다. “선배 창업가들의 멘토링과 컨설팅 지원으로 사업 방향 설정 등 도움을 많이 받았죠. 시각이 넓어졌어요.” 박 대표는 “주위에 고민을 함께 나눌 사업을 하는 지인이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서초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덕분에 레몬사운드는 2021년 877만원이던 매출이 2022년 7500만원으로 8배 넘게 늘었다. 박 대표 혼자 시작한 인원도 올해 들어 4명이 됐다. 국내 영화 제작비는 1년 2조2천억원으로, 이 중 음악 제작비는 1~2% 정도 차지하는 약 300억원 규모다. “올해는 매출 5억원이 목표죠. 지금 플래폼에 등록된 음악가는 30명인데, 2월까지 1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며 “저작권 수입, 호텔이나 웨딩 관련한 시장 개척도 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미션잇은 포용력 있는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미디어리서치 회사다. 개인의 신체 특성, 성별, 나이 등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 특히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적인 영역에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죠. 미션잇은 이런 목표를 향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김병수(37) 미션잇 대표는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제품이면서 포용성 가치를 담아야 한다”며 “소비자의 요구와 수요를 발굴하는 데는 리서치가 필수적인데, 우리가 그 연결고리를 잘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미션잇은 지난해 2억1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대기업과 함께 3건의 ‘포용성 디자인 연구사업’으로 매출 1억7천만원을 올렸다. 올해는 2명의 직원을 더 뽑아 매출 5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2024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션잇은 사회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꾸준히 책으로 출판해 사회 구성원과 공유한다.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매거진 <엠에스브이(MSV) 소셜임팩트 시리즈>인데, 4호째를 발행했다. 엠에스브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나다’(Meet Social Value)의 영문 약자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교통약자의 이동과 공공디자인을 다룬 창간호 <모빌리티>, 장애인 직업의 다양성과 업무환경을 다룬 <직업>, 장애아동의 놀이와 놀이공간 디자인을 다룬 <플레이>, 생활·재난 안전을 위한 디자인을 다룬 <안전> 등을 출간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지원금으로 출간한 <안전>은 장애인과 교통약자가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안전하지 않은 요소를 분석하고 안전한 주거환경과 이동수단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과 공간을 통찰한다. 김 대표는 “국내외 사람들에게서 받은 통찰과 인터뷰, 흥미로운 해외 사례를 모았는데, 이를 통해 약자를 위해 준비해야 할 제품, 공간, 서비스를 모색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20호 이상 낼 계획”이라고 했다.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악기거리가 있는 서초구 서초3동 일대는 2018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음악에 특화된 음악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서초구는 이와 함께 2018년부터 문화예술인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서초구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는 문화예술계 청년창업가에게 해마다 사업비와 사무실·작업공간 비용을 지원한다. 컨설팅, 전문교육, 네트워킹과 워크숍을 통해 창업자들의 역량 강화도 꾀한다.
사업·사무실 비용 및 역량 강화 지원…올해는 ‘최대 지원금 3천만원’
김병수 미션잇 대표가 9일 출판한 책을 펼쳐 보였다.
구 지원 뒤 투자유치도 받아 ‘순항’
올해 구 사업 연계해 안정화 돕고
창업 마중물 역할 충실히 해갈 것
서초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문화예술분야 청년창업가 87개 팀(245명)을 지원했다. 지원금액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6350만원이던 것이 2019년 1억7340만원, 2020년 2억1800만원, 2021년 2억1600만원, 2022년 3억7600만원으로 늘었다. 2021년까지 국비, 시비, 구비를 함께 지원했는데 2022년부터 전액 구비로 지원한다.
전체 지원 팀 수도 2018년 5개 팀에서 2019년 15개 팀, 2020년 22개 팀으로 늘었다. 2018년 최대 700만원까지 지원하던 팀당 지원비도 2019년부터 최대 1천만원, 2022년에는 2천만원으로 올렸다. 2020년 사무실이나 작업실 운영비를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하기 시작해, 2021년 540만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서초구는 지난해 구비 3억7600만원을 들여 22개팀의 창업을 도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12억원으로 2021년보다 4억원이 늘어났고, 고용 인원도 전체 70명으로 2021년보다 19명이 늘었다.
서초구 지원을 받은 창업팀은 외부 투자 유치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6개 팀이 기업, 투자회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디자인재단, 주한네덜란드대사관 등에서 총 2억원을 유치했다.
앞서 2020년과 2021년 서초구의 지원을 받은 키노라이츠는 2021년 3월 3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성과를 냈고, 이를 발판으로 2022년 3월에는 25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키노라이츠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검색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서초구는 지난해 초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를 열어 사회적경제 기업 진입 컨설팅, 판로 확대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구는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 참가팀에 기업 설립과 사회적기업 인증 취득,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유치 사업제안서 발표력을 높이는 창업 교육, 선배 청년 창업가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 우수 사회적경제 기업 방문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초구는 올해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로 20팀을 선발해 총 3억8200만원을 지원한다. 팀당 최대 지원금 한도를 지난해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렸다. 창업자 사정에 따라서 지원이 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올해는 24일까지 참여 팀을 모집하고, 3월 선정해 4월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청년(19~39살)으로 문화예술과 관련 있는 사업 모형을 지닌 예비·초기창업팀이면 응모할 할 수 있다. 사업비와 사무실이나 작업실 공간 비용(임차료)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하면 된다.
김상호 서초구 일자리경제과 사회적경제 팀장은 “올해는 창업팀과 서초구 내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교육, 예술치료, 환경 등 연계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문화예술에 특화한 서초구만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역 청년 창업자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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