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신중현도 김태원도 믿고 맡기는 낙원상가의 달인
낙원상가 기타 수리 장인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
등록 : 2016-10-27 15:51
1968년 종로 한복판에 들어선 낙원상가에서 30여 년 동안 기타를 수리해온 ‘세영악기’ 대표 이세문 씨가 수리와 음 조율을 마친 기타 소리가 마음에 드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러나 기타 수리의 달인이라고 하는 이 씨도 낙원상가의 침체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듯하다. 이 씨 가게를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2~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형님의 기타 공장에서 기타 제조 기술을 배운 뒤, 1986년 낙원상가에서 기타 수리 일을 시작한 이 씨는 1989년 그곳에서 개업한 이래 낙원상가의 성쇠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1980년대 악사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낙원상가에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었죠. 악기 판매도 잘됐고, 일자리도 쉽게 구했죠. 1989년인가 부활의 이승철과 손무현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드나들었는데, 제가 기타 손을 봐주고 그랬어요. 그때 왔던 친구들이 다들 잘됐어요.” 이 씨의 얼굴에는 어느새 감개가 서린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그렇게 북적대던 낙원악기상가는 적막강산으로 변했고, 2000년대에는 재개발 바람으로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씨는 돈벌이에 아등바등하지 않는 모양이다. 가겟세 내기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개업 이래 수리비는 1만~3만 원을 고수하고 있다 한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있지만, 그렇다고 요금을 올리기도 그렇더라구요. 아무래도 제가 장사에는 어울리지 않는가 봐요. 학생이나 형편이 어려운 손님에게는 공짜로 고쳐주기도 합니다. 어떤 손님은 제가 부른 금액보다 1만~2만 원 더 주기도 합니다. 제가 돈을 더 받은 것 같으면 마음이 불안 불안해서 오히려 불편해요.” 서울시와 낙원상가 상가회 쪽도 1968년 건립돼 세운상가와 함께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였던 낙원상가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서울시는 ‘창덕궁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의 하나로 낙원상가 4층 옥상을 공원화하고 열린 무대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낙원상가 하부와 연결되는 돈화문 11길을 자유롭게 버스킹이 열리는 대표적인 음악 거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2013년 낙원상가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낙원상가 상인회 쪽도 시민들이 기부한 악기를 낙원상가의 기술력으로 되살리는 악기 기부 캠페인, 결혼식이나 은혼식 같은 특별한 순간에 악기 연주를 선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반려악기 캠페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컬·기타 무료 강습’ 지원, 4층 옥상 공연과 야외시네마 개최 등 각종 시민 참여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상가 활성화 위해 기타 수리 강의 받기도 이 씨도 낙원악기상가의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문화재단에서 낙원상가에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기획한 문화예술 창작 프로그램에 이 씨가 기타 수리 과정의 강사를 맡았다. 이 씨는 인터뷰 말미에 소망을 묻자 “몸 건강히 오래도록 수리하는 일”이라고 소박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자신의 기타 수리 일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후계자는 언젠가는 있어야 하겠지만, 내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다 오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런데 기타 수리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기타 제조부터 모든 것을 알고 수리를 해야 하는데 대충 눈으로 보고 어깨너머로 배워서 될 일이 아니거든요. 돌고 돌아 저한테 다시 온 기타도 많습니다.”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