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월동채소만 돌보면 밭도 사람도 긴 휴식

농사일기 11월

등록 : 2016-10-27 23:49
봄 밭갈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무리할 때다.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일조시간은 짧아진다. 가을걷이 끝낸 밭은 휑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 월동채소들이 있다.

10월 말 11월 초 밭에 심은 마늘이나 양파는 마른풀이나 짚 검불 등으로 덮어주어야 겨우내 동사하지 않는다. 아직 캐지 않은 무나 총각무 등은 영하로 내려가면 땅 위로 노출된 부분이 얼기 때문에 미리미리 뽑아야 한다. 배추는 보온을 위해 끈으로 묶어주었다가 기온이 영하 5℃ 이하로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으면 바로 뽑아야 한다. 초보 농부 시절 예보를 잊고 있다가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2006년에는 하루 사이에 영하6도로 기온이 떨어져 무가 모두 얼어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대한 밭에 남겨두는 까닭은, 추워지면 무·배추가 얼지 않으려 스스로 당분을 더 많이 저장해 더 달아지기 때문이다.

월동 상추나 시금치, 쪽파는 얼기 전에 일부는 솎아 먹고 그대로 밭에 둔다. 봄이 되면 그 뿌리에서 싹이 나와 일찍부터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아욱, 쑥갓, 근대, 부추, 양배추, 당근 등은 된서리가 오기 전 모두 거둬들이자. 봄부터 받아둔 각종 씨앗들은 햇볕이 좋을 때 잘 말려둔다. 바싹 말린 곡식이나 채소 씨앗은 냉동 보관하면 오래도록 쓸 수 있다.

갈무리가 끝난 밭은 평평히 골라 다음해를 대비하자. 농부의 손이나 발과 다름없는 농기구는 흙을 깨끗이 털어내고 물기를 말려 녹이 슬지 않도록 하자. 지주대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글 김희수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