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겨울 농부 밥상의 감초, 고구마 줄거리

등록 : 2016-10-27 23:55
고구마 줄거리와 고추장아찌 등으로 차린 농부의 밥상
뽕잎이 떨어지고 국화꽃도 시들해졌다. 해는 짧아졌지만, 그렇다고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줄일 순 없다. 갈무리만 잘하면 겨울 반찬 걱정도 절반으로 줄고, 내년 일 년간 먹을 수 있는 밑반찬도 챙길 수 있다. 고구마 줄거리, 고춧잎, 고추부각, 무말랭이, 깻잎….

약방에 감초가 있다면 밥상에는 고구마 줄거리가 있다. 빨간 고추 갈아서 김치 담그고, 나물로 무쳐 먹고, 된장찌개나 육개장에 고사리 대용으로도 좋다. 강된장에 고구마 줄거리 짧게 썰어 넣으면 씹히는 맛이 상쾌하다. 들깻가루에 마늘 좀 넣고 자박하게 볶다가 들기름 넣은 뒤 무치면 군침 도는 나물이 된다.

고구마 줄거리를 깔고 양념장 뿌린 뒤 자반고등어 올리고 그 위에 고춧가루만 뿌려서 졸여 놓으면, 젓가락이 고등어보다 고구마 줄거리에 먼저 간다. 김밥을 말 때도 우엉이나 오이 대신 무친 고구마 줄거리를 넣어도 좋다. 이렇게 많이 쓰이다 보니 시월에는 고구마 줄거리 따느라 여러 날 바빴다.

서리 오기 전이라면 고추밭에도 부지런히 드나들어야 한다. 고추는 절이고 부각을 해놓으면 일 년 이상 먹을 수 있다. 간장, 설탕, 식초 넣고 끓여서 항아리에 일주일쯤 담가놓으면 장아찌다. 장아찌는 빨갛게 양념해서도 먹을 수 있다. 고기구이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준다. 서리가 내릴 것 같으면 작은 고추까지 모두 따서 졸이거나 고추부각을 만들어놓는다. 밀가루에 묻혀서 살짝 찐 것을 말려 보관할 수도 있다.


고춧잎은 따서 말리거나 소금물에 절였다가 노랗게 삭으면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고 무말랭이랑 무쳐 먹으면 좋다. 고춧잎만 무쳐놔도 겨울에서 한여름까지 밑반찬으로 쓸 수 있다. 서리 오기 전에 갈무리하지 못한 작은 무는 썰어서 말린다. 무말랭이다. 무는 말리면 칼슘이나 비타민D 등이 4배에서 20배까지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딸이 여행 갈 때면 꼭 싸달라고 하는 것이 고춧잎, 무말랭이 무침이다.

들깻잎은 누렇게 되어도 간장이나 된장에 담가놓으면 된다. 그 위에 다시 끓인 물에 된장을 풀어 부어놓으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찬 곳에 두면 이듬해 봄까지 놔둬도 상하지 않는다. 들기름 넣고 자작하게 졸이면 감칠맛이 좋다. 깻잎장아찌만 있으면 고기 먹을 때 상추가 없어도 아쉽지 않다.

들국과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구마 굽고, 국화 향 그윽한 차를 우려내, 눈 덮인 들을 바라보며 먹고 마시는 호사를 꿈꾼다. 된서리에 시들기 전 어서 국화꽃을 따러 가야겠다.

글·사진 유광숙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