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캐릭터 프리’와 ‘젠더 프리’로 진행하는 색다른 2인 뮤지컬 ‘데미안’

데미안(~3월26일)

등록 : 2023-03-02 17:31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불리는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연예인이 이 문구를 인용해 더욱 익숙해졌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사회의 이분법에 순응하지 않는 고유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책의 주제를 함축하는 이 문장은 전쟁으로 정세가 불안했던 발간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시대는 변했어도 ‘나’를 찾는 개개인의 과업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데미안>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만한 공연이 있다. 원작을 각색해 창작한 뮤지컬 <데미안>이 이달 말까지 무대에 오른다. 극은 전쟁의 폐허에서 죽어가는 젊은 군인 싱클레어가 어둠 속에서 데미안과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싱클레어는 사경을 헤매면서도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줬던 다양한 인물들을 회상하며 마침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다가선다.

2020년 초연에 이어 돌아온 이번 뮤지컬은 2인극이다. 무대 위의 두 배우 중 한명은 싱클레어, 다른 한 명은 데미안을 비롯한 싱클레어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다. 그동안 데미안을 변주한 예술작품은 많았으나 이번 공연은 완전한 ‘캐릭터 프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연과 다르다.

한 배우가 고정 배역 없이 어떤 회차에서는 싱클레어, 또 다른 회차에서는 데미안을 연기하기도 한다. 원작의 설정과 다른 성별의 배우가 정해진 성 구분을 따르지 않고 인물을 연기하는 ‘젠더 프리’도 더해졌다. 2인극인데도 총 8명의 배우가 서로 배역과 짝을 바꿔가며 공연해 24편의 다른 뮤지컬을 감상하는 효과를 낸다.

피아노·기타·드럼·첼로로 구성된 4인조 밴드가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폭발적인 록 음악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소설 <데미안>의 여운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뮤지컬 <데미안>을 통해 다시 한번 감동을 곱씹어보자.

장소: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3관 시간: 월·목 저녁 8시, 수·금 오후 4시·저녁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저녁 6시30분 관람료: 6만5천원 문의: 010-4468-8119


연재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주임

사진 낭만바리케이트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