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기의 서울 골목길 탐방
카페 ‘섬’도 이사 가고, 이제 창고극장마저…
명동 골목 (하)
등록 : 2016-11-03 14:09 수정 : 2016-11-03 14:10
'삼일로 창고극장' 앞 카페 '필'마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970년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카페 '섬'에서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70년대를 재현했다. '섬'은 '삼일로 창고극장'과 함께 이어져 왔다.
이제는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붙였던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그 간판과 함께 카페 '필'도 사라졌다.
삼일로에 면한 명동의 삼일로 창고극장이 폐관된다고 보도되었다. 그것은 벌써 1년 전인 지난해 10월26일이다. <한겨레>는 2015년 10월29일자로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극장 측은 그동안 적자 누적으로 운영이 어려웠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극장을 찾았다. <한겨레> 보도가 나온 이틀 뒤였다.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소극장 창고를 빌려 시작했다는 극장은 1975년에 좌석이 100석이었다. 한 해 뒤에 고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추송웅은 일약 스타가 되었고, 삼일로 창고극장은 소극장 실험 운동의 발판이 되었다. 물론 이전의 ‘에저또 창고극장’의 연속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삼일로 창고극장은 이후 몇 차례의 부침을 겪게 되는데, 1983년 추송웅이 인수하여 ‘떼아뜨르 추 삼일로’로 개칭한 후, 또 1986년 윤여성 씨로 주인이 바뀌었다가, 1990년부터는 재정난으로 폐관해야 했다. 그러다가 1998년에 다시 ‘복관’을 했는데, 무려 8년 동안이나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사이 극장은 김치공장이 되기도 했고, 인쇄공장이 되기도 했다 한다. 그런 폐관의 위기는 이후 또 찾아왔다. 2003년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 길지 않았다. 폐관 기간이 짧으니 재개관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3개월 후인 2004년 재개관한다. 지난해(2015년)에 폐관을 선언한 정대경 대표가 인수해 재개관한 것이었다. (2004년 3월) 그런 삼일로 창고극장이 이제는 영영 폐관되는 것일까? 조선시대 영희전 옆을 지나 구리개(을지로)를 향해 내려가던 길목 언덕이라는 역사 위에 광폭의 삼일대로가 생기면서 실험극장의 발상지가 골목 안이 아닌 대로변 극장이 되었지만, 골목이나 다름없는 언덕 위였던 만큼 소박한 문화 공간이 잠시 깊은 잠에 빠져든 걸까? 명동 2가에는 ‘까뮈’라는 다방이 있었다. 이곳도 70년대(1972년)에 생겨났다. 명동길에서 유네스코회관 옆을 따라 충무로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까뮈’에서 한 자음, 한 모음씩 절지당해 ‘가무’가 되어버린, 그러나 아직 건재한 다방을 볼 수 있다. 이 다방은 외래어 표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유신정권으로부터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거세당했지만, 70년대 명동 골목에서 비엔나에도 없는 ‘비엔나커피’를 맛볼 수 있었던, 하지만 이제는 유일한 ‘70년대 대중문화 흔적’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나저나 이제는 카페 ‘필’도 사라졌고 ‘섬’도 이사했다. 지난봄의 일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