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자전거 잘 고치고 수리비도 착해요”

운영 25년차 맞은 송파구 잠실 자전거 수리센터…연평균 2만여명 찾아

등록 : 2023-03-09 15:58 수정 : 2023-03-10 12:25
송파구는 1998년 전국 최초로 잠실 자전거 수리센터를 개소해 25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생활 자전거 무상 점검과 실비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 연 2만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지난 2일 홍순백 반장이 펑크 난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다.

98년 전국 첫 개소, 5년 전 직영 전환

생활 자전거 무상 점검과 실비 정비

주민 편의 높이고, 일자리도 만들어

안전 운행과 탄소중립 실천 활성화

“수리비가 저렴한데다 친절해 더 좋아요.”

송파구 잠실2동에 사는 70대 김영준씨가 2일 오후 잠실 자전거 수리센터를 찾아 서비스를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뒷바퀴 펑크를 고치러 왔다. 점검해보니 못에 찔려 바퀴 튜브에 구멍이 난 것을 알게 됐다. 이참에 튜브와 바퀴 모두 바꿨다. 김씨는 “수리비가 일반 수리점의 3분의 1밖에 안 돼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60대 장가연(가명)씨는 10년 된 자전거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어 센터에 왔다. 동네다닐 때 주로 이용하는 자전거로, 장씨는 분기에 한 번꼴로 센터를 찾아 점검도 하고 수리도 한다. 장씨는 “구청이 운영하는 수리센터라 믿고 이용한다”며 “원하는 대로 척척해줘 좋다”고 했다.


송파구는 잠실 자전거 수리센터(잠실 수리센터)를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 11개 자치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13곳(강남, 강동, 강북, 관악, 광진, 금천, 마포, 서초(2), 성동, 송파, 영등포(2))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1998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열어 위탁 운영해오다 2019년부터 구가 직접 운영한다.

이용자들의 호응이 커 바쁠 때는 하루 100명 정도가 찾는다. 평소에도 늘 네댓 명 정도는 접수하고 차례를 기다린다. 송파구에 따르면 코로나가 생기기 전 4년 동안(2016~2019년) 연평균 2만5천여 명, 지난해엔 약 1만6천 명이 이용했다. 코로나19 시기엔 예약제로 운영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현장 접수를 한다.

잠실 수리센터에서는 자전거 무상 안전점검과 실비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브레이크와 핸들, 타이어 공기압 점검 등 기본적인 정비와 수리는 무료다. 부품 교체 땐 부품비만 실비로 받는다. 센터 운영시간 외에는 실외 자율 수리대(2대)를 이용하면 된다. 수리공구(페달렌치, 스패너, 렌치 등)가 비치돼 있어 언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정보무늬(큐알코드)로 볼 수 있다.

수리센터 앞에는 자율 수리대 2대가 설치돼 있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엔 생활 자전거 수리와 같은 비용도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진다. 무상 수리 서비스로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도 꽤 크다. 잠실 수리센터를 운영해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고장 난 자전거가 방치되지 않도록 해서 구민 불편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는 한편 자전거 점검으로 안전 운행에 도움을 준다. 생활 속 자전거 이용을 늘려 탄소중립 실천 활동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인건비를 뺀 한 해 운영비는 2760만원 정도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여러모로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김학수(58) 반장은 2012년부터 11년째 정비기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숙달된 정비 솜씨로 펑크를 5분 만에 뚝딱 수리했다. 마천동에서 온 60대 주민은 “기술이 좋고 수리비가 착해 7년 전부터 꼭 여기 와서 고친다”고 했다. 김 반장은 “이용자들이 감사 인사나 음료수 등으로 마음을 표현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코로나 이전엔 허리 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고 덧붙였다.

김 반장을 비롯한 세 명의 정비기사 모두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중장년층이다. 김 반장은 불법 주차견인 차량 운전을 하다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로 자전거 수리 교육을 받았다. 자격증을 딴 뒤 잠실 수리센터에 들어왔다. 그는 “험한 일을 하다가 남에게 도움 주는 일을 해 참 좋다”고 했다.

잠실 수리센터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고 찾기도 쉽다. 접근성이 좋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주민 편의성이 높다. 183㎡(50여 평) 규모 1층 가건물에 수리창구 세 칸과 안내창구가 있다. 은행창구처럼 이용자는 접수하고 차례가 오면 빈 창구에 자전거를 갖고 가 수리를 받는다. 현재 정비기사 세 명과 안내 도우미 한 명이 근무한다. 정비기사는 기간제 근로자이고 안내 도우미는 공공근로 참여자다. 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할 수 있다.

아빠와 함께 온 어린이가 수리된 자전거를 타보려 한다.

대기 시간이 긴 점은 잠실 수리센터 이용자들의 유일한 불만이다. 수리센터를 다른 동에도 설치해달라는 민원도 있다. 손영화 송파구 도시교통과 팀장은 “구민 편의 추구와 균형을 잘 맞춰 잠실 수리센터 서비스를 이어가려 한다”며 “자전거 관련업을 하는 소상공인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수리센터를 마냥 늘려가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잠실 수리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비기사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구청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기간제인 정비기사들은 해마다 공개경쟁 과정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신규 인력 채용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손 팀장은 “처우개선 문제는 당장은 풀기 어렵고 성수기에 인력을 보강해주는 등의 노력은 할 계획”이라고 했다.

봄이 오면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난다. 구는 이달부터 이용 전 안전 점검을 받도록 홍보에 나선다. 김학수 반장은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할 때 브레이크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체인 기름칠에 바퀴 바람 넣기도 꼭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팀장은 “잠실 수리센터에서 점검과 간단한 수리를 받으면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며 “자율수리대 공구도 함께 쓰는 공공재로 소중하게 다뤄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