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서울&

“20년 넘게 관계 맺은 회원만 수천 명, 비결은 상호 신뢰”

지역주민 속에 뿌리내린 시민단체 관악주민연대 김미경 상임대표

등록 : 2016-11-03 15:53
관악주민연대 김미경 상임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관악구 중앙로2길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눔이웃 활동과 주민자치를 경험한 주민이 마을경제와 지역정치의 주체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주민연대가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시 행정이 주민참여 강화와 복지 서비스로 중심을 옮기면서 시민운동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비영리 풀뿌리 시민단체로 손꼽히는 관악주민연대 김미경(45) 상임대표에게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관악주민연대는 1995년 관악지역 달동네 철거민 투쟁 지원 단체들의 연합체로 출발해 20여 년간 “풀뿌리 주민자치 공동체를 지향하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관악주민연대가 출범한 1995년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달동네 재개발이 한창이기도 했다. ‘영구(임대 아파트)와 범생이(분양 아파트)’로 동네가 갈라지고 학교가 나뉘던 시절이었다. 철거민 투쟁으로 시작한 주민연대의 활동 목표는 자연스레 풀뿌리 시민자치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옹호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 일변도여서는 안 될 것이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필요에 따라 활동 목표와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

주민연대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했나?

“우리 역시 활동 영역과 대상을 전체 주민의 복지와 자치 쪽으로 넓혀가려 노력 중이다. 여기에는 서울시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저희가 맞잡은 것이 서울시의 복지 프로그램인 ‘나눔이웃’ 사업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주민을 먼저 찾아가 지원하는 이 복지 사업을 서울시와 함께하면서 이미지 변화와 함께 주민들과의 접촉 공간도 넓어질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관악주민연대가 나눔이웃 활동에 참여하자, 그동안 철거민이나 임대아파트 쪽 사람들의 권익단체로만 여겼던 주민들이 주민연대 사무실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동네 분들이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도 주민 중심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에너지 절감 운동을 제안해주셨는데, 그 제안을 실행하다 보니지금은 서울시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에너지 절약 활동으로 꼽힌다”고 자랑했다. 그렇게 전기요금 아끼는 법을 배우러 왔다가 다른 봉사활동이나 실천 활동에도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 최근 3~4년 새 회원이 200여 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관악주민연대가 봉사활동과 더불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활동은 주민자치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조금씩 행동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해 실천인문학 강좌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정치학을 같이 공부한 주부들이 사고가 잦은 건널목을 스쿨존으로 지정하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부들도 조금씩 주체적인 ‘시민’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관악주민연대는 주민들에게 지역정치와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올해로 4년째 관악구 의정평가단을 공개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의정평가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평소 지방의회의 존재 가치에 회의적이던 분들이 ‘아, 이래서 지방자치가 필요하구나. 더 잘 만들어가야 하겠구나’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할 때, 시민운동가로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관악주민연대 살림살이는 어떤가?

“20여 년 동안 관계를 맺어온 회원은 수천 명이 넘고, 회비를 내는 회원은 400여 명이다. 상근활동가는 저까지 12명이다. 풀뿌리 조직으로는 큰 규모이다. 회비만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아, 프로젝트 사업에 응모해 사업비를 따거나, 후원회를 열어 모금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는 후원주점을 열었는데, 하루 동안 거의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갔다. 감사할 따름이다.”

관청과 시민단체의 바람직한 관계라면?

“박원순 시장이 ‘협치’를 말씀하시는데, 핵심은 상호 신뢰다. 시민단체가 매일 투쟁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들러리 노릇을 할 수도 없다. 시민단체 처지에서는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게 협치고, 행정을 도와줘야 할 때는 돕는 것도 협치다. 싸움과 대화 모두가 협치의 방식인데, 아직은 양쪽 다 연습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지방자치제도가 선거를 수반하는 만큼 정치적 성격도 아주 배제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시민단체가 정치와 거리를 어떻게 얼마나 두느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풀뿌리 지역 정치인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눔이웃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역에서 지역에 필요한 일꾼과 리더들이 육성되고 선출되는 정치인 배출 구조가 갖춰지는 게 진짜 풀뿌리 자치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분야는?

“아직은 꿈이고 준비 단계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형태의 마을경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지역 안에서 성장한 시민의식이 지역 정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 우리 주민연대가 기여하고 싶다. 풀뿌리 주민자치의 발전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여기며 지혜를 모으고 있다.”

김미경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지방도시에서 서울 관악지역으로 이사를 와서 관악주민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진보 정당원으로 2006년 관악구 의회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늦깎이로 경희대 엔지오 대학원에서 시민운동을 공부하면서 다시 관악주민연대와 결합해 4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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