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정책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예산표를 잘 살펴보면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서 정부가 정책을 수행할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중 문화 예산 편성 비율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를 보여주는 척도로 자주 언급됐다.
우리나라의 예산 가운데 문화 예산은 비교적 적었다. 산업사회의 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에 집중투자를 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이 축소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예산은 2010년 3조9000억 원에서 2012년 4조6000억 원, 2014년 5조4000억 원으로 계속 규모가 커지고 있다. 문화 부문의 정부 예산 대비 비중은 2000년 0.96%에서 2005년 1.06%로 오르다가 잠시 주춤했으나, 2015년에는 1.54%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총생산에 대비한 문화 예산은 2010년에 0.31%에서 2014년에는 0.36%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의 전체 예산 가운데 문화 예산 편성 비율은 문화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의 2.31%, 이탈리아의 1.95%, 프랑스의 1.85%에는 못 미치는 비율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타이완,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절대 예산액에서도 그렇고, 인구 규모를 고려한 1인당 문화 예산에서도 절반쯤이라고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서울시의 문화 예산을 살펴보면, 본예산 대비 문화예술 예산의 비율은 1.24%이고 25개 자치구의 문화예술 예산 비율은 1.05%이다. 이 예산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북권이 1.47%로 가장 높고, 서북권이 1.13%를 보이고 있으며 그다음이 도심권으로 1.04%, 동남권 0.8%, 서남권이 0.7%를 나타낸다. 구청별로는 본예산 대비 문화예술 예산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성동구로서 4.02%이며, 광진구가 2.15%, 성북구가 1.75%이다. 가장 낮은 구는 0.16%이니 차이가 크다. 인구 1000명당 문화예술 예산으로 가장 많은 곳은 성동구로 4900만 원이며, 중구는 4100만 원이며, 종로구는 2400만 원이다. 가장 낮은 구는 138만 원이니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통계적 비교는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한 세미나에서 중앙정부와 비교해서 “지방정부의 강점은 정책적 성과가 바로 나타나며, 이것이 쉽게 확산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중앙정부는 외국과 비교하지만, 맥락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교가 쉽지 않아 혁신의 확산이 늦지만 지방정부는 혁신의 확산이 빠르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문화 예산 비율은 구청별로 다른 이유와 특성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설픈 비교보다는 맥락적 해석이 먼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예산을 만들 때, 전체 예산 대비 비율을 한번쯤은 생각해본다면 자치구의 문화 현실이 개선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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