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즈힐 1구역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마련한 핼러윈데이 행사에서 아이들이 사탕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텐즈힐사람들 제공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텐즈힐 1구역 아파트 113동 1층의 ‘휴 카페'에는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마녀 복장을 한 카페 직원이 사탕 봉지를 나눠줬고, 신이 난 아이들은 포토존에서 사진 찍기 바빴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쫓기 위해 기괴한 복장을 하고 즐기는 ‘핼러윈 데이’(10월31일)를 앞두고 아파트의 주민자치모임인 ‘텐즈힐사람들'과 입주자대표모임이 함께 마련한 행사다. 주최 쪽은 아이들을 위해 이날 사탕 500봉지를 준비했다.
이 아파트는 1700여 가구가 함께 사는 대단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입주한 탓에 주민들이 서로를 잘 모르는 편이다. 그래서 아파트 주민 간 서먹서먹함을 없애고 활기찬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지난해 가을 자발적으로 텐즈힐사람들을 결성했다. 이 모임의 총무인 이가빈 씨는 “단지 안에 인근 숭신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많아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조 모임이 생기고 활성화됐다”고 했다.
텐즈힐사람들은 단지 안 커뮤니티 시설을 휴 카페로 만들어 개방하고, 이곳에서 도자기 만들기 같은 다양한 강좌를 열었다. 서로 친해지기 위한 ‘옆집과 인사하기' 캠페인과 벼룩시장, 자선장터 같은 활동도 벌였다. 이가빈 총무는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고 돕는 즐거운 마을”이라고 아파트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아 텐즈힐 1구역 아파트는 최근 서울시의 ‘2016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모두 230여 개 단지가 응모한 가운데 우수 사례로 뽑힌 10곳 중 하나다. (표 참조)
서울시는 “서울시 주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 공동주택 관리와 층간소음 분쟁, 고독사 등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동행(同幸)’과 ‘상생’을 중심에 놓고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우수 사례로 꼽힌 도봉구 창동 대우아파트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벌이고, 벼룩시장을 열어 이엠(EM, 친환경 유용 미생물 발효액)을 나눠주는 등 환경보호에 힘썼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12월14~15일 이틀 동안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우수 사례 발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6년 하반기 서울시 공동주택 한마당’ 행사를 연다. 진경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한마당 행사를 통해 우수 사례가 공유되면, 살기 좋은 아파트 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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