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동부 쇼디치는 한때 폐공장이 가득하던 낙후지역이었다. 2006년 임시 주차장인 버려진 땅에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하는 ‘혹스턴(사진)’ 호텔이 들어섰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멋진 호텔을 이용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났다. 호텔 직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지역주민들이라, 지역주민 고용 창출 효과도 컸다. 혹스턴 호텔은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가족들과 멋진 저녁 식사를 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도 자리 잡았다. 낙후지역 재생을 위한 사회적 금융으로 지은 이 호텔은 2012년 9배의 투자수익률을 내고 다른 기업에 팔렸다.
혹스턴 호텔 사례처럼 지역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사회적 금융의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적 금융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한 금융’을 이른다. 미국·영국에서는 사회적 금융이 일찍이 발달해왔고,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에는 정부기금이 마중물 구실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가 시작한 지역개발금융(CDFI) 기금이 꼽힌다. 연방정부가 약 2억3000만 달러(2015년 기준)의 국가 예산으로 기금을 출연해, 사회문제 해결과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한 지역 기반 금융기관에 자본을 대주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영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을 설립해 사회적 금융을 수행하는 기관들을 지원한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정부 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금융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 미국은 신시장 세액공제 제도를 이용해 지역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자에게 7년간 투자 총액의 39%에 해당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제도를 시행 뒤 14년간 총 380억 달러의 민간 재원을 유치하는 등, 공익적 민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재무부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마중물 투자를 통해 이뤄진 민간 투자로 약 20배쯤 시너지 효과가 났다. 영국 역시 사회투자 세금 감면 프로그램으로 민간 투자자들에게 투자액의 3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한 금융’의 성공적인 투자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휴대폰케이스로 만들어 유명해진 ‘마리몬드’, 자가용 문화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쏘카’,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에 힘쓰는 소셜하우징 사업들은 이미 주목할 만한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민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사회적기업, 소셜벤처가 투자를 받을 수 있으려면 더 많은 민간 투자자가 나와야 한다. 내년 국가 예산 400조 원 중 복지비용은 이미 30%가 넘는다.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 계속 늘어나는 미래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향후 예산 확보가 만만치 않다. 정부 예산이 마중물이 되어 추가 민간 재원이 확보되길 바란다.
김양우 한국사회적금융개발연구원 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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