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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업, 돈 걱정 덜하게…

사회투자기금 소셜하우징 사업 분야 등에 큰 힘, 부족한 기금과 운영상 문제점 개선돼야

등록 : 2016-11-10 11:59
일상예술창작센터는 사회투자기금 대출로 ‘따뜻한 남쪽’을 지었다. 2일 오후, 센터의 양수현(왼쪽) 팀장과 최현정 사무국장이 아이들과 집에서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월세를 적게는 25만 원, 많게는 270만 원까지 냈어요. 직원들 월급 주기 어려울 때도 월세는 내야 했죠. 이제 이사 걱정, 월세 걱정 하지 않아 마음이 편해요.”

문화예술인 공동체주택 ‘따뜻한 남쪽’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지원센터의 최현정 사무국장과 김하영 팀장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소셜하우징 필요 자금 70%까지 대출

‘따뜻한 남쪽’은 지하 1층, 지상 5층(대지 면적 211㎡, 연면적 500㎡) 규모로, 주거 공간, 사무 공간, 커뮤니티 공간, 공동부엌으로 이뤄져 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프로젝트 시작 1년 만에 다 지어, 7월에 문화예술인 4가구가 입주했다. 센터 사무실도 연남동에서 옮겨왔다. “땅 구하기부터 집짓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게 돈을 구하는 거였어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에서 15억 원을 빌릴 수 있어서 할 수 있었지요”라고 두 사람은 말했다.

사회투자기금은 2012년에 서울시가 만들었고, 이듬해부터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여러 사업에 대출을 해줬다. ‘따뜻한 남쪽’처럼 주거복지와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소셜하우징 사업에 집행한 사회투자기금은 지난달까지 176억 원, 38건에 이른다.

소셜하우징 사업에는 총사업비의 70%까지 연 2%로 빌려준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1인 가구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조합, 예술가 단체를 위한 주거 프로젝트, 빈집과 낡은 집을 리모델링한 공간 공유 등 공동체와 공유에 주목한 다양한 사업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담은 프로젝트에도 사회투자기금의 대출이 늘고 있다. 사업 건수는 27건으로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 소상공인 공유 임대 공간을 위한 ‘어쩌다 가게 프로젝트’, 태양광발전 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에이컴퍼니의 카페형 게스트하우스 ‘미나리하우스’, 새터민을 고용하고 소상공인 자립을 돕는 ‘커피창고’ 등이 대표 사례다. 기금운용을 맡은 (재)한국사회투자의 이경실 사무국장은 “초기(2013~2014년) 기금 운영 실적이 저조했지만, 지난해부터 늘어나 올해는 연말 전에 목표(예산 220억 원)를 다할 것”이라며 “사회문제가 늘어나면서 소셜하우징 사업이나 사회적 프로젝트 등의 자금 수요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잖다. 우선 기금의 규모다. 애초 서울시는 시가 먼저 500억 원을 기금으로 내고 민간 매칭 형태로 추가 자금 500억 원을 모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간기금 잘 모이지 않았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기부는 미소 금융이나 각종 재단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금에 집중되는데다, 일반인의 기부를 받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중앙정부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위탁운영기관도 모금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금의 융자 조건이 획일적이고,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소셜하우징 융자사업은, 1년은 이자만 내고 나머지 금액을 4년 동안 나눠 갚아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기간을 늘려주길 바란다.


기금 규모와 단기 융자 방식, 개선 필요

사회투자기금의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돌려받지 못한 대출금을 처리하는 ‘대손’이 불가피하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조례를 만들 때 대손 처리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처리 근거가 필요하다. 시는 조례를 개정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상각에 대한 절차를 개편 체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강선섭 서울시 사회적경제 담당관은 “이달 말까지 사회투자기금 개편 종합계획을 세우고, 다음 달에 개편을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운용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2015년 7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민간(한국사회투자)에 위탁해서 운용하지만, 개정된 법은 민간에 위탁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위탁 대신 비영리법인(사회적 금융기관)들을 선정해 기금을 빌려주고, 그 법인들이 자기 책임으로 대출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출범 5년 차를 맞는 사회투자기금이 자금을 선순환시켜 더 많은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울시가 잰걸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인포그래픽 이성훈 기자 l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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