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부부 모임에서 누군가와 비교는 절대 금물!
아내의 부부 동반 모임 기피로 고민 중인 30대 “아내 마음 모르겠어요”
등록 : 2016-11-10 13:38
두 번째는 모임의 분위기입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화제가 제한되다 보면 단골 안주가 자기 배우자일 때가 많습니다. 적절히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관계를 유머 있게 디스(Diss)한다면 모임의 활력소로 작용하겠지만 지나치다면 문제입니다. 언젠가 저는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했다가 참으로 난처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핼러윈데이에 즈음해 한 부인이 ‘우리도 이상한 가면을 쓰고 즐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직후였습니다. 그 부인의 남편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아, 나는 됐어. 이미 평소에 내 마누라의 이상한 가면을 매일 보니까 그것으로 충분해, 하하하!” 남편의 대답 후, 그 부인의 얼굴은 무안함으로 하얗게 질렸고, 모임은 순식간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남편은 겸양의 뜻으로 한 농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둘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처럼 과격한 농담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느끼거나, 다른 콤플렉스를 느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거꾸로 부인이 남편을 모임에서 공개 면박 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입니다. “남들은 벌써 승진해서 임원이 되었다고 그 부인은 뻐기고 다니는데, 무능한 내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이 썩고 있네요, 썩어요!” 모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입니다. 그 비교 때문에 상처가 되고 시기심과 좌절감, 분노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배우자가 하는 일이 못마땅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의 단점은 부풀리고 장점은 과소평가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릇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둘이 있을 때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불만이나 감정을 남 앞에서 발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폭력이란 반드시 손찌검을 하거나 발로 차는 것만이 아닐 테니까요. 세 번째 가능성은 배우자가 소속된 집단을 일반화했는지 하는 점입니다. “너희 학교 출신들은 왜 그러냐?” “어휴, 그쪽 사람들은 참 문제 많아, 문제가!” 고향과 학교, 종교, 집안을 건드는 것은 곧 그 사람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즐겁고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부만의 시간도 따로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솔한 소통도 가능합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함께 식사하자고 해놓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면 불쑥 이렇게 물어서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둘이만 보는 거야? 또 누구 없나? 우리 둘이서만 하면 어색하잖아….” 이런 경우 필시 1 대 1 소통에 취약점을 드러냅니다. 여럿이 모이다 보면 늘 대화는 거대 담론에 머물고, 재담을 잘하는 사람 위주로 흘러가서 진짜 진솔한 고민과 이야기를 경청할 기회는 적습니다.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겉도는 관계입니다.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모임이 끝난 뒤, 초대자의 가정을 깎아내리고 참석자를 흉보는 일입니다. 물론 이를 피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저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귀가하는 도중에서만이라도 참아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좋지 않은 감정의 불꽃이 일어나니까요. 곧 연말 모임이 시작됩니다. 생활 속의 작은 진보라도 일으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대표이사·MBC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