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보다 길고 영원하다.”
지난 2월28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제1회 서울예술상’에서 허윤정(55)씨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며 남긴 말이다. 이것은 중견 명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를 전통의 세계로 인도해준 아버지인 고 허규(1934~2000) 명인이 생전에 했던 말이기도 하다.
“연극과 전통예술의 발전에 일생을 바친 선친은 제게 아버지라기보다 예술가, 선배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아버지가 해주신 이 말처럼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줬던 수많은 명인도 예술의 영원함을 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계승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매진함으로써 특유의 관록과 예술성에서 돋보였다고 평가받은 <악가악무-절정(絶靜)>에서 ‘절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절정’(絕頂), 즉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절대적 경지의 고요함’이라는 뜻이다.
그는 전통음악이 품은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서 체험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며, 이 공연을 위해 수많은 명인이 함께했다고 고백했다. 거문고 스승인 고 한갑득(1917~1987), 춤 스승인 고 최현(1929~2002), 그리고 고 임동식(1950~1982) 등 돌아가신 명인이 그들이다. 그러나 허윤정씨는 그에게 전통음악의 뿌리를 심어준 이태백 명인과 이 시대 마지막 악가악무의 완전체를 보여준 김일구 명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은 총 518개 작품 중 대상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월드뮤직 시장에 거문고와 한국음악을 알려온 허씨가 전통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만든 ‘악가악무’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그의 프로젝트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춤과 노래가 악가악무로 완성됐을 때 전통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문화재단이 창립 이후 처음 시행한 ‘서울예술상’은 문화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5개 분야(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에서 경쟁력 있는 우수 예술작품을 선발하는 순수예술 분야의 시상제도이다. 여기에서 분야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각 1개씩 선정한 뒤 여기에서 최종 1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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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정은 서울대 국악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 교수, 그룹 블랙스트링 대표이다. 송라인즈 뮤직어워드(2018) 아시아퍼시픽 부문,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앤 크로스오버 연주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