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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기념도서관’의 힘…인문학 강의에 연간 1만 명
2016년 전국도서관대회 최고상 받은 서대문 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의 이정수 관장
등록 : 2016-11-10 14:23
서대문 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이정수 관장이, 지난 9월 도서관이 진행한 ‘발달장애인 삽화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을 가리키며 웃고 있다.
- 1등을 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도서관과 개인(이용자), 지역사회 3자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게 컸다고 본다. 이진아도서관에서는 현재 독서동아리 70개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도서관이 주도해 만든 동아리가 30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자발적인 동아리다. 자발적 동아리의 경우 서대문구 주민이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다.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은 주민이 스스로 동아리의 강사가 된다.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고,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그래도 이진아도서관 하면 인문학 강의가 먼저 떠오르는데. “구민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은 매우 소수였다. 지금은 저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흔히 ‘퇴근길 인문학'이라고 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40주, 16주 동안 길게 운영된다. 일종의 ‘열린 대학'이다. 강유원 박사가 진행 중인 중국사상사 강좌(화요일 오전)와 정치학(목요일 저녁) 두 강좌가 대표적인 40주 프로그램인데, 강 박사는 6년째 주제를 바꿔가며 강좌를 열고 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박사도 3년째 강좌를 이어가고 있는 인기 강사다.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뒤, 이제 영국으로 건너와 셰익스피어를 읽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인원 9500명가량이 인문학 강좌를 수강했다.” - 왜 인문학인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인문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아무래도 인문학 분야의 서적이 많을 것 같다. “대개 도서관은 이용자의 선호도를 반영해 문학책을 많이 갖추고 있다. 이진아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 책의 비중이 높다. 동시에 당장의 베스트셀러보다는 10년 뒤에도 이용자들이 찾는 책, 다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책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경희대 혜정박물관이 동해가 나오는 서양의 옛 지도를 모아서 펴낸 <시 오브 코리아>(SEA OF KOREA)는 한 권에 15만 원이나 하지만, 우리 도서관에 오면 볼 수 있다.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집이다.” - 우리 사회에서는 도서관을 독서실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이다. 개관 초기에는 종합자료실에서 수험 공부를 하는 등, 독서실로 여기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이용자들에게는 ‘도서관 장서를 읽는 곳'이라며 정중하게 퇴실을 요청하거나, 아예 가방을 가지고 열람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항의도 참 많이 받았지만, 그런 노력 덕분에 도서관의 정체성이 형성됐다. 이제는 융통성도 발휘한다.” -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도서관을 찾아와 책을 읽고 빌려 가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어른들에게. 이곳도 성인 대출의 50% 이상이 아이들 책이다. 어른들이 자신의 책을 읽었으면 싶다.” -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조정래 선생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이다. 우리의 교육 문제를 풀어냈는데, 학교 밖 교육이 도서관의 역할이어서인지 공감이 가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 관장은 한 경제신문사의 자료실에서 13년 동안 일한 뒤, 대학에서 7년가량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였다. 그러다 2005년 이진아도서관의 관장직 공모에 뽑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진아도서관은 기업가 이상철 씨가 50억 원을 기부해 세운 공공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이 씨는 2003년 미국에서 공부하던 딸 진아 씨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자, 딸을 기리기 위해 도서관 건립 기금을 내놨다. 여기에 서울시가 터를 대고, 서대문구청과 함께 35억 원을 보탰다. 도서관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이 관장은 2600여 개의 공공도서관 건립을 후원한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말을 들어 설명했다. “도서관에 들어온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나간다.”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