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취조식 질문은 이제 그만

우리 아이 새학기 학교생활 요령있게 체크하기

등록 : 2016-03-31 14:13 수정 : 2016-03-31 14:14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딩동. 벌써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현관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주며 묻는다. “왔어? 오늘 공부 재미있었어? 학교에서 뭐 했어?” 궁금해 죽겠다는 엄마를 지나치며 아이는 시큰둥하게 답한다. “그렇지, 뭐.”

엄마는 아이들이 집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하다. 밥은 잘 먹었는지, 친구와 사이좋게 놀았는지, 수업시간에 딴짓은 하지 않았는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술술 풀어놓길 바란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그나마 생활수첩이 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선생님께 물을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그마저도 마땅찮다. 결국 부모가 확인할 만한 곳이라고는 아이밖에 없으니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

흔히 아이들은 “학교에서 뭐 했어?”라는 질문에 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는 주부가 “오늘 저녁은 뭐예요?”라는 질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 두 질문 모두 묻는 사람의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성실하게 답하던 아이들도 시들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특히 ‘과묵’의 유전자를 타고난 남자아이의 부모는 애가 탄다. 오죽하면 아들 가진 엄마는 딸 키우는 엄마와 친해져야 학교 소식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있겠는가.

이런 엄마들의 고민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얼마 전 육아 관련 카페에서는 ‘자녀의 학교생활을 체크하는 질문’을 정리한 해외 블로거의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일 중에 뭐가 가장 재미있었어?

2 네가 보기에 너희 반에서 제일 재미있는 친구는 누구야?

3 교실에서 자리를 바꾼다면 넌 누구랑 앉고 싶니? 왜 그 친구와 앉고 싶어?

4 만약에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학교에 와서 너희 반 친구 중 한 명을 데려가려 한다면 누굴 데려가면 좋겠니?

5 혹시 반에 네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니? 그 친구를 도와준 적 있어?

6 네가 내일 선생님이 된다면 어떤 수업을 하고 싶어?

7 쉬는 시간에 주로 누구랑 놀아?

 자료: justinchronicles.net

                                                                                                                                                                                

이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교과서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점심도 먹고 체육도 하고…. 아이들이 이 모든 일상을 정리하여 답하기는 역부족이다. 물론 위 질문들로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는지, 교우 관계는 괜찮은지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엄마는 형사가 아니고 아이도 용의자가 아니다. 원하는 답을 캐내려는 취조식 질문은 아이의 입을 닫게 만들 뿐이다.

<아이 1학년, 엄마 1학년>의 저자 남정희씨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면 먼저 부모의 일상을 들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질문 요령을 터득하기보다는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의외로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한다. “오늘 점심 때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거든. 그런데 친구가 김치찌개를 먹자고 하는 거야. 정말 고민이었어. 그래서 엄마가 뭘 먹었는지 아니? 한번 맞혀볼래?”, “오늘은 회의가 너무 많았어. 아침에도 회의, 점심 먹고도 회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려니 어찌나 힘들던지. 그때 우리 아들이 생각나더라. 너도 수업시간에 계속 앉아 있으려면 힘들겠구나 싶었어.”

친한 친구와 수다 떨듯 시시콜콜한 일상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이처럼 부모가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아이도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터놓게 된다.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나올 법한 구조화된 질문보다는 한결 자연스러운 대화가 될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무얼 물을까 대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