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가 강조된 올해 ‘4·19혁명국민문화제’를 준비하는 강북구 주민들 중 5명이 지난 3월29일 강북구 수유동 ‘4·19민주묘지’에 모여 문화제 포스터를 들고 웃고 있다. 15살에서 75살까지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이들은 올해 문화제에서 자율적인 참가 부분이 늘어난 데 대해 “이를 통해 주민들이 4·19에 대해 좀더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4·19 혁명 정신’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자 강북구립시니어합창단 회장, 청슬 밴드 ‘온도’의 리드보컬, 김하은 강북구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장, 이재혁 수유1동 주민자치회 회장, 차진숙 디앤씨뮤직스튜디오 대표.
제11회 4·19혁명국민문화제, 주민참여형 프로그램 크게 늘려
‘연합합창’ 처음 실시하고, ‘거리재현 행사’도 자율 참여로 전환
“강북 주민들이 한마음이 돼 ‘4·19 혁명 정신’을 더 널리 알리려 합니다.”
지난 3월29일 강북구 수유동 ‘4·19민주묘지’에 모인 강북 주민 5명이 한목소리로 다짐한 말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도 다르고 활동영역도 다양한 이들 5명은 4월8~19일 열리는 ‘4·19혁명국민문화제’(이하 ‘4·19문화제’)
의 준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19문화제’는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강북구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방송공사(KBS)가 후원하는 전국 대표 4·19혁명 문화제이다. ‘4·19문화제’는 올해 11회를 맞지만 올해는 좀더 특별하다. 그 어느 때보다 ‘주민 참여’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제 준비기구인 ‘4·19혁명국민문화제 2023 위원회’는 지난 2월16일 출범한 뒤 △주민들로 구성된 연합합창 △4·19민주묘역에서 열리는 추모 문화공연 ‘함께 봄’ △전국 카툰공모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기존에 진행하던 △거리 재현 퍼레이드와 △4·18 전야제 행사도 크게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문화제 참여 인원은 온라인 참가자를 포함해 모두 6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행사의 모든 분야에서 주민들의 ‘자발성과 자율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날 모인 5명 중 가장 어린 김하은(15·화계중학교 3학년)양은 올해 처음 참여하게 된 ‘4·19문화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양이 단원장을 맡은 강북구립소년소녀합창단(지휘 김선희)은 4월18일 강북구청 앞 도로에서 전야제에 앞서 열리는 야외문화공연인 ‘함께 봄’에서 연합합창을 한다. 강북구립시니어합창단, 송천동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로 구성된 ‘소나무합창단’ 그리고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아리랑합창단’ 등과 함께 모두 125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연합합창은 ‘4·19문화제’에서 처음 시도되는 프로그램이다.
김양은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젊은 분들을 위해 열리는 큰 행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특히 다른 합창단들과 소리를 합치는 연합합창은 학생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어 “연합합창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마음을 모아 더 큰 목소리가 됐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강북구만이 아니라 전체 대한민국에서 4·19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4·19혁명국민문화제’를 준비하는 강북구 주민들.
제일 나이가 많은 김정자(75) 강북구립시니어합창단 회장은 이미 4·19문화제에 여러 차례 참여했지만, 언제나 참여할 때마다 4·19혁명 때 희생된 젊은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김 회장은 “시니어합창단은 59살에서 80살까지의 남녀 60명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라며 “나이가 있다 보니 노래를 외우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김충환 지휘자의 지도로 현재 일주일에 두 차례, 월요일과 목요일 연습하는데 공연이 다가오면 연습일을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해 멋진 무대를 꾸리겠다”고 말했다.
‘4·19문화제 2023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강석 강북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내년에는 합창단 인원을 419명으로 늘려 ‘구민이 직접 참여하는 4·19문화제’라는 의미를 더욱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서 상임이사는 이어 “특히 올해 4·19문화제의 경우 예년보다 ‘자율 참가’의 범위를 넓혔지만 참여 신청자가 조기 마감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419명의 주민으로 이루어진 합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19문화제에서 진행되는 ‘1960 거리 재현 퍼레이드’의 경우 이전에는 강북구 내 동별로 할당을 내렸지만, 올해는 자율 신청을 받았다. 참석자 범위도 강북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넓혔다. 이에 15개 팀이 참가 신청을 해 조기 마감됐다.
‘1960 거리 재현 퍼레이드’는 1960년대를 주제로 당시 생활상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오후 4시30분 시작되는 퍼레이드는 강북구청 입구 4거리부터 강북시장 입구까지 약 200m를 행진한 뒤 2분 정도 퍼포먼스를벌이게 된다.
이재혁(53) 수유1동 주민자치회 회장도 40여 명의 주민과 함께 거리 재현 퍼레이드에 참가 신청을 했다. 이 회장은 올해 거리 재현 퍼레이드가 자율 신청으로 바뀐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이 회장은 “자율 신청은 수동적인 참여에서 능동적인 참여로 바뀐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아 참 좋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이 4·19에 대해 좀더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5살 학생-75살 어르신, “목소리 합쳐 ‘4·19 정신’ 국민에 전달”
‘4·19혁명국민문화제’에 참가하는 강북구 주민들이 지난 3월29일 강북구 수유동 ‘4·19혁명기념관’ 회의실에서
문화제 포스터를 보며 올해 문화제에서 각자가 참여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수유1동 주민, 1960년대 재현 구슬땀
‘태극기 오카리나’ 등 체험 공간도 풍성
4·19묘지서 첫 문화행사 ‘함께 봄’ 개최
‘청년 중심 기획’ 카툰공모전 눈에 띄어
이 회장은 이에 따라 수유1동주민회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단체인 ‘빨래골 유랑단’, 새마을부녀회 등과 힘을 합쳐 퍼레이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참가자들이 함께 꽃가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 결혼식 풍경을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18일 야외문화공연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지난해 10개에서 올해는 23개로 크게 늘어난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체험 부스를 꾸리고 시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참가하게 해 4·19혁명을 느끼도록 한다.
차진숙(61) 디앤씨뮤직스튜디오 대표도 공모에서 선정돼 행사장에서 ‘나만의 악기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 대표는 “4·19민주묘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스튜디오와 집이 있다”며 “산책 삼아 4·19탑에 오기도 하는데, 여기 있는 영혼들을 보면서 나도 뭔가 같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공모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차 대표는 “아이들에게도 4·19의 의미를 알려주자는 의미에서 오카리나 위에 태극기를 색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강북 구민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동아리 ‘위드 오카리나’도 참가해 ‘태극기’ ‘홀로 아리랑’ 등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는 이 밖에도 강북청년창업마루의 ‘4·1·9 가위바위보’, 강북나눔연대·마을꿈터의 ‘4·19 기억뱃지·피켓 만들기’ 등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이날 모인 다섯 명의 주민 중 밴드 ‘온도’의 리드보컬인 청슬(29·예명)씨 또한 올해 4·19문화제가 보여주는 변화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 청슬씨의 밴드 ‘온도’가 4월14~16일 4·19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추모 문화공연 ‘함께 봄’에 참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4·19문화제 관련 문화공연이 4·19민주묘지에서 진행되는 것 또한 올해가 처음이다.
‘함께 봄’은 금요일인 4월14일 오후 1시30분~3시 ‘서커스 D.Lab’의 컨템포러리 서커스로 문을 연 뒤, 토요일인 15일 같은 시각에는 낭만가객 최백호가 젊은 기타 거장 박주원과 콜라보 공연을 한다. 그리고 일요일인 16일 같은 시각에 ‘온도’를 비롯해 강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밴드 ‘레밴드’ ‘웨이브컬렉션’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히든싱어> 변진섭 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청슬씨는 올해 4·19문화제에 대해 “뭔가를 새롭게 바꾸는 의미가 강렬하게 와닿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슬씨는 “이는 매번 똑같은 일상 속에서 지내다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내 삶에도 작은 변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4·19문화제에서는 청년을 중심에 세우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올해도 제10회를 맞은 전국대학생토론대회가 ‘청년, 민주주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띤 경연을 시작한 데 이어, 새롭게 시작한 카툰공모전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21개 팀이 신청한 올해 전국대학생토론대회는 이미 본선 진출 8개 팀이 선정돼 4월1일 강북구청에서 본선을 치렀다. 그리고 여기서 통과한 4개 팀이 4월15일 강북구에 있는 한신대 서울캠퍼스 예배당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결선을 치른다.
또한 올해 새롭게 마련된 ‘전국 카툰공모전’도 전국에서 총 151명이 참가하는 등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높다. ‘4·19혁명, 자유, 민주, 정의, 나라 사랑’ 등의 주제로 공모전에 참가한 작품 중 우수작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4·19혁명 주제전시관에 전시된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국가보훈행사인 4·19혁명국민문화제를 해마다 강북구에서 개최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4·19국민혁명문화제를 강북구와 더불어 모든 서울 시민들과 역사를 기억하고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더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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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