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청 안에 있는 공정무역가게 ‘민들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민들레워커협동조합 조합원 김은자(왼쪽) 씨와 김혜숙 이사장.
지난달 24일, 서울 금천구 청사에 들어가다 알록달록 꾸며놓은 ‘공정무역가게 민들레’ 간판을 유리벽을 통해 보았다. 간판에 이끌려 매장으로 들어서니 꽃핀, 나비핀, 손바닥정원, 꼬꼬닭쿠션, 부엉이 폰걸이, 장식 인형 등 친환경 수공예 제품들이 가득했다.
금천구 지역풀뿌리환경단체인 ‘숲지기강지기’와 ‘암탉우는마을’(시흥5동) 주민들이 함께 만든 민들레워커협동조합에서 지난 10월 초 만든 매장이다.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은 많은 씨앗을 널리 퍼뜨린다는 민들레에 네트워크의 ‘워크’, 함께 일하는 ‘워커’(worker)의 뜻을 붙여 2013년에 설립됐다.
구청서 멀지 않은 시흥5동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민들레 솜씨공방’이 나온다. 한 소녀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을 담은 벽화가 눈길을 끈다. 벽화 앞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쉬고 있는 할머니들과 공방 앞에 아기자기하게 놓인 화분들을 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이 생활 쓰레기 악취를 풍기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재정비촉진지구여서 세입자들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곳이었으나,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열매를 맺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텃밭을 만들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건 아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여기는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이었다. 안전이나 위생이 매우 취약했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와 빈터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불태우기 십상이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숲지기강지기’ 등 환경운동단체의 활동에 경계심을 품었으나, 차츰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뭉치게 됐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쓰레기 절감 운동과 텃밭 가꾸기를 기반으로 재활용(리사이클링) 운동이 활성화됐다. 그러면서 민들레 솜씨공방도 만들어졌다. 공방 할머니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부업으로 넥타이 리본·스타킹·브로치를 만들어왔다. 실력이 붙어 상품 가치도 높아졌다.
솜씨공방과 자연분재·천연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원예공방이 사업화하면서 협동조합으로 커졌다. 공동 텃밭, 쌈지공원, 초록쉼터, 아트월 꾸미기 같은 주거환경 개선, 양로원 노인이나 장애인 가족이 손끝기술을 배우며 자립할 수 있는 방안 모색, 자연체험교육과 생태 휴식프로그램…. 민들레가 하고 있는 주민행복 사업들이다. 김혜숙 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고의 노인 복지는 정부에서 주는 기초노령연금 같은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건강과 체력에 맞는 일자리나 일거리”라고 말했다.
글·사진 구예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교육연수생 yaerinre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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