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지친 삶 치유하는’ 도심 속 생태학습관

양천구 연의근린공원 ‘에코스페이스 연의’

등록 : 2023-04-13 15:21

양천구 신정3동 아파트 단지 사이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연의근린공원이 지친 주민들에게 조용한 휴식을 준다.

지양산 자락의 연의근린공원은 국내 유일한 생태환경 저류지 공원이다. 환경부 신기술인 생태 수질정화 비오톱 특허시스템을 도입해 맑은 수질을 유지한다. ‘연의’는 저류지 한가득 연꽃이 피어 붙여진 이름이다. 연꽃을 보며 쉬는 주민들은 이곳에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함께 공유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 곳인데, 이용하는 주민들은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하니 난감하다. 어떤 주민은 이곳에 오는 이유를 적막하고 쓸쓸한 느낌이 좋아서라고도 했다. 어슴푸레한 초저녁에 연의공원 데크길을 한 바퀴 걸어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연의공원 생태학습관 ‘에코스페이스 연의’는 이미 있던 생태학습관을 증축해 2022년 11월 개장했다. 연중 생태·체험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치유 융합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에코스페이스 연의는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갤러리 감성이 충만하다. 귀여운 골모양 외벽은 콘크리트의 차가운 느낌을 중화하고 미루나무 줄기와 닮아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개방형 건물구조는 자연과의 연결·소통을 뜻하며 건물 사이사이 통로에서 방문객들에게 상쾌한 ‘바람 샤워’를 선물한다. 겨우내 움츠러든 심신에 일광욕이 필요하다면 증축관 옥상에 올라 ‘햇빛 멍’을 해보자. 옥상에서 연의습지를 굽어보는 것도 좋고 손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초록빛 싱그러움 그 자체다. 또한 이곳에 있는 에너지정원은 자연이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을 놀이시설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의 장이 된다.

겨울에는 유리온실 정원인 ‘감각의 숲’을 추천한다. 계절의 제약 없이 생태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물방울, 풀벌레 소리를 비롯해 맨발로 편백나무 밟기 등 감각을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건물 가이드 구실을 하는 신관 1층의 안내 맞이 공간, 이용자와 함께 채워나가는 생태저장소인 채집가의 연구실, 다양한 생태기획전시가 가능한 연의갤러리, 체험과 이론 수업이 이루어지는 둥지교실 등 둘러볼 공간이 많다. 건물 내 미니 정원은 아기자기한 꽃밭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모습으로 ‘위장’했지만 에코스페이스 연의의 본질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작은 움직임이 실천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곳은 주민과 함께 만드는 생태학습관으로, 환경을 보존하는 노력의 씨앗을 심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특히 양천구 생태전문 주민 자원봉사자 ‘에코친구’들이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주변을 플로깅하기도 하고 방문객을 안내하고 설명도 한다. 앞으로 이곳이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주민 주도 생태교육의 거점으로 생태도시의 구심점이 되길 희망해본다. 하루쯤 닫혀 있는 마음을 열고 이곳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홍남 양천구 공원녹지과 생태농업팀 주무관

사진 양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